이정현
| 2021-08-10 08:00:04
[시청자가 찜한 TV] 갈림길 선 엠넷 오디션…'걸스플래닛' 2위
투명한 투표 과정과 한·중·일 연습생 출격으로 승부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사태 이후 주요 장기인 오디션 장르에서 위기를 맞은 엠넷이 돌고 돌아 결국 다시 '100% 시청자 투표' 시스템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한류 팬을 겨냥,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연습생들까지 한자리에 모아 글로벌 걸그룹을 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10일 CJ ENM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7월 26일~8월 1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엠넷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이 방송 시작과 동시에 단숨에 2위로 신규 진입했다. CPI 지수는 310.4로 1위인 SBS TV 금토극 '펜트하우스' 시즌3(323.0)에 이어 유일하게 300대를 기록했다.
지난주 첫발을 뗀 '걸스플래닛'은 100% 시청자 투표로 데뷔 조를 선발하는 엠넷 특유의 오디션 장르가 지속할 수 있을지 판단할 기로가 될 전망이다.
엠넷은 '프로듀스 101' 조작 사태 이후 '킹덤', '퀸덤' 시리즈처럼 기성 아이돌을 내세운 오디션이나 '아이랜드'처럼 시청자 투표에만 100% 의존하지 않는 '착한 오디션'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데뷔 그룹의 성공과는 별개로 프로그램 자체가 성공했는지만 놓고 본다면 답은 '아니다'에 가까웠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악마 같은 서바이벌'이라고 욕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역시 엠넷의 장기는 순도 100%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발휘되는 게 사실이다.
최근 엠넷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사태로 피해를 본 연습생 12명 중 11명에게 피해 보상을 마치면서 다시 본격 서바이벌을 시작할 환경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스 101'과 같은 사태가 한 번 더 발생한다면 방송사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에 엔씨소프트에서 공식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청자들은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K팝 플랫폼 안에서 아티스트들과 소통도 할 수 있고, 투표도 하며 '프로듀스 101' 때처럼 '내가 직접 키운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팬덤이 투표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인지, 국가별 쿼터제는 없지만 한국 시청자 투표 50%, 글로벌 투표 50%로 나름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 장치들이 마지막까지 잘 작동될지에 엠넷 오디션의 존폐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K팝 걸그룹 데뷔를 꿈꾸며 모인 소녀 99명의 전쟁은 시작됐다. 첫 방송부터 션샤오팅, 에자키 히카루, 김다연, 최예영, 김수연, 김채현, 안정민, 이윤지 등 참가자들은 10대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소녀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조화를 이룰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제작진은 한·중·일 외교 관계에 따라 콘텐츠가 외적인 부분에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음을 고려한 듯 연습생들의 국적을 표시하는 대신 이니셜을 딴 그룹명을 내세우는 등 여러 세심한 장치를 두기도 했다.
다만 첫 회 시청률은 0.5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수도권)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프로듀스 101' 논란의 잔상이 있기도 하고, 아직은 3개국 연습생들이 참가한다는 것 외에 이전 오디션들과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오디션 장르 특성상 초반부터 팬덤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엠넷으로서는 이번 프로그램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투표의 공정성과 연출자의 개입 자제는 지키면서도 편집의 묘를 살려 '프로듀스 101' 논란 전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CPI 지수 =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29개 채널 프라임 시간대 방송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청자 행동을 파악하는 지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콘텐츠가치정보분석시스템(RACOI)을 통해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시청자 데이터(동영상 조회수, 게시글수, 댓글수)를 수집해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평균을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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