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종찬 "노래란 참 귀한 선물…32년 공백 갚을게요"

80년대 '토요일은 밤이 좋아', '사랑이 저만치 가네' 등 히트
93년 이후 첫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 자입니다' 발표
16년간 목사 활동…"인기는 물거품, 사람들 영혼 위로하고파"

이태수

| 2025-10-05 08:00:01

▲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자입니다'라는 낸 가수 김종찬 [김종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자입니다'라는 낸 가수 김종찬 [김종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종찬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자입니다' [김종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자입니다'라는 낸 가수 김종찬 [김종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수 김종찬 "노래란 참 귀한 선물…32년 공백 갚을게요"

80년대 '토요일은 밤이 좋아', '사랑이 저만치 가네' 등 히트

93년 이후 첫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 자입니다' 발표

16년간 목사 활동…"인기는 물거품, 사람들 영혼 위로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배우자에게, 이웃에게, 혹은 친구에게 빚진 사람들이니까요. 다들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공동체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토요일은 밤이 좋아' 등으로 1980~1990년대 큰 사랑을 받은 가수 김종찬(65)이 5일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 자입니다'를 내고 30여년 만에 가요계에 돌아왔다.

김종찬이 대중음악 신곡을 낸 것은 지난 1993년 동명의 SBS 드라마 주제곡 '산다는 것은'이 수록된 5집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지난 2009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 온 그는 그동안 현대 기독교 음악(CCM)만 발표해왔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그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종찬은 "앞으로 목소리가 나오는 한 꾸준히 음원을 내고, 그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겠다"며 "이로써 30여년의 공백을 갚는 가수가 되고 싶다. 음악으로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니 인기는 물거품 같더라"며 "다시 대중음악을 시작하는 만큼, 이에 대한 미련과 욕심은 뒤로 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종찬은 지난 1978년 대학교 친구들과 음악을 시작해 서울 무교동과 명동 등지 음악 살롱에서 기량을 키웠다. 이후 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MC를 맡은 TV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눈여겨본 음반 제작자의 제의로 1986년 1집 '드림 레인'(DREAM RAIN)을 발표했다.

김종찬은 이듬해인 1987년 2집에 실린 타이틀곡 '사랑이 저만치 가네'와 후속곡 '토요일은 밤이 좋아'·'당신도 울고 있네요'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면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같은 앨범에 수록된 세 곡을 모두 TV 음악 프로그램 1위에 올려놓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앨범이 히트한 것은 발매 다음 해인 1988년입니다. '주부가요열창'에서 변해림이란 출연자가 '사랑이 저만치 가네'를 불렀는데, 그 계기로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했어요. 이후 제가 출연하지 않으면 TV 쇼가 진행이 안 될 정도로 거의 매주 나갔죠. 하하."

김종찬은 "당시에는 주 7일 하루에 2∼3번씩 전주,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노래했다. 시내에서 길이 막힐 때는 오토바이도 타고 갔다"며 "1980년대 함께 인기를 누리던 양수경, 전영록, 소방차, 김완선 등은 거의 매일 무대에서 만나곤 했다"고 떠올렸다.

김종찬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그의 말을 빌리면 박수와 돈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가요계에서의 성공을 개인 사업으로 확장하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개인 사업체는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금전 문제로 구속기소 돼 수감 생활을 한 그는 이때 기독교 신앙을 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출소 이후 신에게 헌신하겠다는 결심에 따라 무수한 무대와 신곡 제의를 거절하고 오로지 CCM만 노래했다.

그러던 중 올해 가수 겸 작곡가 김재중(55)이 찾아와 "형님을 생각하며 쓴 곡이 있다"며 '나는 당신께 빚진 자입니다'를 들려줬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때마침 깊은 기도와 묵상을 통해 이제 노래를 내도 되겠다는 결심도 선 터였다.

김종찬은 "그동안 팬들을 너무 소외시키고 등한시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며 "곡 작업을 하면서 아이를 낳는 것 같은 산고를 느꼈다. 완성본이 나오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곡 '나는 당신께 빚진 자입니다'는 잔잔한 멜로디와 가슴 뭉클한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다. 시인과촌장 함춘호의 기타 연주와 권병호의 하모니카 사운드가 곡의 따뜻한 분위기를 북돋는다.

김종찬은 이 곡에서 '고단한 하루가 가고 나 당신에게로 향하는 걸음이 왠지 무거워 눈물이 납니다…날 위로하던 말 자꾸 눈물이 나요 나는 당신께 빚진 자입니다'라고 함께 하는 이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을 노래했다.

그는 녹음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내레이션을 추가해 노래의 감동을 배가했다. '남아 있는 삶도 함께 살아 갑시다'라는 대목에서 '살아'와 '갑시다' 사이에 잠시 시간을 들여 여운을 더했다.

연인 혹은 배우자를 향한 노랫말은 기독교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당신께 빚진 자'라는 대목은 한 인간이자 목회자로서 신에게 의탁한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김종찬은 "자기 자신이 최고이고 남에게 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여기는 시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고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KBS 1TV '열린음악회' 녹화에 참여했으며 TV·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선 TV 무대에서는 감격과 낯섦이란 감정이 교차했다.

김종찬은 "오랜만의 무대가 떨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1천여 명의 관객을 바로 코앞에서 만나니 반갑고 감격스러웠다. 히트곡으로 예전 모습도 보여주고 신곡으로 새로운 위로도 건네니 얼마나 좋으냐"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 관객이 제가 매주 마주하는 교회 성도가 아닌 추억과 기쁨을 얻어 가려는 음악 팬이라는 생각에 다소 이질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수는 사람들에게 노래로 귀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복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40여년을 노래하고 음악을 했다는 점에 자부심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신곡도 거의 완성돼 추후 공개할 계획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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