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11명 시선 담은 책 '동아시아 미술, 젠더로 읽다'

황희경

| 2023-05-12 08:00:03

▲ [혜화1117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술사 연구자 11명 시선 담은 책 '동아시아 미술, 젠더로 읽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다양한 분야의 미술사 연구자들이 그림부터 글씨, 책의 삽화, 자수 등 동아시아 미술의 여러 대상을 '젠더'(gender)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 '동아시아 미술, 젠더로 읽다'(혜화1117)가 출간됐다.

책은 연구자 11명이 공부모임과 온라인 학술대회, 학술지 발표 등을 거쳐 정리한 11개의 시선을 담았다.

유미나 원광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미인도(사녀도) 9점을 통해 미인도의 주된 소비자였을 조선 시대 남성 문인들이 미인도를 감상하기 위한 정당성을 위해 어떤 명분을 만들었을까를 살핀다.

고연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조선 시대 책 읽는 여성을 그린 윤덕희의 그림 '책 읽는 여인'을 향한 이중적인 시선을 분석한다. 고 교수는 "조선 남성 문인들이 누리던 상상 속 우아한 중국 '사녀'(미인)에 대한 그리움은 조선 남성 문인들이 누리고 싶은 우월적 문명으로의 상상이었고 '책 읽는 여인'은 그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민경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과 교수는 중국 명·청나라 시기 여성 초상화에서 남성 관료의 복장을 한 여성 초상을 분석하며 당시 남성들이 고인이 된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남성 옷을 입힌 조작적 이미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가문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하려 했음을 읽어낸다.

유재빈 홍익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조선 정조 때 출간된 '오륜행실도' 속 그림에 나타난 여성의 몸을 향한 가학과 관음을 드러낸다. 유 교수는 여성이 집 안에서 혼자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창문을 통해 여성 공간을 보여주는 등 여성 공간을 엿보는 듯한 장면 구성, 여성의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 귀를 자르거나 목을 매달 준비를 하는 등 고통의 순간에 웃음을 띤 모습 등을 언급하며 "독자인 여성의 시선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제작자였을 남성들의 시선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수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평안도 안주(安州) 지역을 중심으로 남성이 제작했던 수(繡)인 안주 자수 이야기를 통해 자수를 '여성 예술', '규방문화의 소산', '현모양처의 전유물'로만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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