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언
| 2023-02-17 08:00:02
"아는 맛이 무섭다"…뻔한 듯 뻔하지 않은 로코 '연애대전'
김옥빈·유태오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젠더 갈등 담은 대사·남녀 간 선입견 극복하는 과정 '눈길'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변호사 여미란(김옥빈 분)은 '여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말이 싫어 어릴 적부터 온갖 격투기를 연마해온 여자다.
길거리에서 칼을 들이밀며 취객을 갈취하려는 불량배를 단숨에 때려눕히고, '잘못했다'고 무릎 꿇고 비는데도 무자비하게 폭행해 뉴스에 보도되기까지 한다.
통쾌한 액션 스릴러의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여미란은 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 '연애대전'의 여자 주인공이다.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미란이 여자를 병적으로 불신하는 대한민국 톱배우 남강호(유태오)와 계약 연애를 시작하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를 싫어하는 두 남녀의 계약 연애', '연예인과 일반인의 로맨스'는 이미 수많은 '로코물'(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소비된 소재여서 작품 소개만 봐도 전개와 결말이 얼추 예상된다.
여미란은 남강호의 액션 연기 연습 파트너가 되고, 둘은 만남·갈등·결별·화해 등 기존 로맨스 작품에서 반복되는 경로를 따른다.
뻔한 스토리의 재미를 살리는 건 뻔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케미'(호흡)다.
화끈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만능캐'(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 여미란과 어릴 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남강호는 클리셰를 묘하게 비틀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주로 서늘한 스릴러 작품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김옥빈은 익살스러운 애교를 부리고 막춤을 추며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유태오와 그의 매니저 역할을 김지훈은 티격태격하는 브로맨스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고, 톱스타 최수진 역으로 특별출연한 김성령, 찌질한 전 남자친구를 현실감 있게 연기한 전신환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성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가진 두 주인공을 통해 젠더 갈등을 정면으로 다룬 점도 신선하게 와닿는다.
회식 자리에서 "남자들은 아부만 떨지 일은 제대로 안 하잖아"라며 비꼬는 여미란의 도발에 남강호가 "여자들은 얼굴만 믿고 일 제대로 안 하잖아요"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가 성별에 대해 가진 선입견과 혐오를 균형감 있게 다루면서 두 주인공이 선입견을 극복하는 과정을 영리하게 그려냈다.
지난 10일 공개된 '연애대전'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리스트 8위에 진입했다. 아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자메이카, 루마니아 등 해외 10개국에서 톱10 리스트(6~12일 기준)에 들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5일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을 꺾고 넷플릭스 TV 시리즈 글로벌 순위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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