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언
| 2022-11-14 08:00:00
패티김, 다시 무대로…"여러분이 그리웠고, 노래하고 싶었어요"
KBS '불후의 명곡' 통해 은퇴 후 10년 만에 무대 복귀
관객 520여 명 객석 가득 메워…박기영·옥주현·황치열 등 경연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은 60년 전 데뷔했을 때만큼 설레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행복한 일입니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불후의 명곡- 아티스트 패티김 편' 녹화 현장에서 '디바' 패티김이 은퇴 후 10여 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무대 정중앙에 비친 그림자가 양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자 가림막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패티김이 관객을 마주했다. 그가 처음 부른 노래는 1983년 발매한 타이틀곡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84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량에 첫음절부터 객석 곳곳에서는 숨죽인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1절이 끝나고 간주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하나둘씩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이내 우렁찬 박수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패티김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벅차다는 듯이 두 손을 가슴 위에 포갠 채 객석의 열띤 환호를 두 눈에 담았다.
노래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노래할 때와는 달리 사뭇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안녕하셨느냐"고 운을 뗐다.
그는 "여러분들이 저를 그리워해 주신 것만큼 저도 여러분이 보고 싶었고, 무대가 그리웠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1958년 8월 미 8군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한 패티김은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디바'로 사랑받았다.
장르의 경계 없는 유려한 창법, 카리스마와 세련됨을 무기로 '서울의 찬가', '가시나무새', '못잊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2012년 "건강하고, 노래도 잘하는 멋진 모습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다"며 돌연 은퇴한 패티김은 이날 여전히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고 자신의 노래로 경연을 펼칠 후배들을 맞이했다.
가수 박기영, 옥주현, 빅마마의 박민혜, 황치열, 김기태 등이 무대에 올랐다. 손녀, 손자뻘인 걸그룹 첫사랑과 보이그룹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도 대선배의 명곡을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불렀다.
패티김은 길어지는 녹화 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 후배들의 무대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제가 부른 것보다 몇 배는 잘 불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머리 위로 힘껏 손뼉 쳐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패티김은 무대를 정리하는 시간에는 객석에 앉은 이들과 한 명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고, 손 뽀뽀를 날리기도 했다. 관객들은 "(10년전) 그대로이십니다", "팬 서비스 대박입니다", "너무 멋있어요" 등의 반응으로 화답했다.
이날 녹화장에는 520여 명이 꽉 메워 앉았다. 좌석이 부족해 이동 통로 계단에 쭈그려 앉은 이들도 더러 있었다. "패티김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라고 적힌 응원 메시지가 곳곳의 휴대전화 전광판 애플리케이션에서 반짝였다.
'불후의 명곡- 아티스트 패티김 편'은 특별히 3주 특집으로 편성됐다. 오는 26일, 내달 3일, 10일 오후 6시 10분 KBS 2TV에서 시청자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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