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정
| 2023-09-27 08:00:04
국가배상법 위헌 변론했다가 가혹행위…진실화해위 조사개시
'인권변호사' 태윤기 씨 제명 처분 사건도 조사 개시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국가배상법 위헌 변론을 했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한 고(故) 김봉길 변호사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국가배상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씨는 1968년 차량 전복 사고로 숨진 박상우 상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이끌었다.
대법원은 1971년 6월 군경의 직무상 부상·사망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를 규정한 국가배상법 2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박 상병 측의 손을 들었다. 이에 반발한 박정희 정부가 법관 2명의 비위 혐의 수사에 착수하면서 법관 150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1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유족에 따르면 1972년 1월17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법을 잘 알면서 이를 악용하는 '악덕 변호사'를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고 나흘 뒤 김씨는 중앙정보부 안전가옥으로 통하던 내자호텔에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다. 김씨는 1973년 벌금 20만원을 선고받고 정직 9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김씨의 유족은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불법 구금의 개연성을 확인하고 중앙정보부가 당시 법률상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한 범죄'로 제한된 수사 범위를 뛰어넘었다고 판단했다.
또 진실화해위는 진보당 사건, 10·26 사건,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등 여러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고(故) 태윤기 변호사의 제명 처분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1983년 법무부가 변호사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태씨를 제명한 것이 위법하고 부당한 국가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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