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물열전](35) '대선 5수' 패배에도 케냐 바꾼 '야당 대부' 오딩가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반체제 투쟁…연립정부 총리로 정치 개혁 힘쓰기도
여러 번 방한한 친한파…"열심히 노력해서 한국처럼 잘 살자"

박성진

| 2026-08-29 08:00:07

▲ 라일라 오딩가 케냐 전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2015년 서울 연합뉴스 본사 방문한 라일라 오딩가 케냐 전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프리카 케냐 지도 [제작 양진규]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케냐의 대표적 야당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는 5번 대선에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오딩가는 지난해 사망하기 전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선거에도 나섰으나 역시 떨어졌다.

그는 생전 일당 지배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야당 지도자였으나, 끝내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케냐의 어떤 대통령 못지않게 케냐 정치에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기억된다.

오딩가는 1945년 케냐 서부 마세노 지역의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1963년 케냐 독립 후 초대 부통령을 지낸 자라모기 오깅가 오딩가였다.

오딩가는 냉전 시기인 1962년 독일(당시 동독) 유학길에 올라 기계공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1970년 귀국한 뒤 나이로비 대학에서 강의하며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오딩가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다.

오딩가는 1980년대 다니엘 아랍 모이 대통령의 일당 지배에 맞섰다. 1982년 공군 장교들의 실패한 쿠데타 음모와 연루됐다는 혐의로 약 10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케냐의 정치 명문가 출신임에도 줄곧 야권 반체제 인사를 자처했다.

출소 후 1992년 야당 의원으로 의회에 진출한 그는 1997년, 2007년, 2013년, 2017년, 2022년 총 5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오딩가는 2007년 이후 치러진 4차례 대선에서 결과에 불복했으며, 이 과정에서 케냐는 심각한 정치적 폭력 사태를 겪기도 했다.

특히 2007년 선거 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종족 간 충돌로 번지면서 전국적인 유혈 사태가 발생해 1천명 넘게 숨지고 60만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나야했다.

이듬해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 등이 폭력 사태를 수습하고자 개입해 오딩가가 참여하는 연립정부가 형성됐다. 오딩가는 2008∼2013년 총리를 지내게 됐다.

오딩가는 총리 재임 기간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정치 개혁과 새 헌법 제정에 힘을 썼다.

오딩가는 1991년 다당제 도입과 2010년 새 헌법 제정 등 케냐의 주요 민주화 개혁을 성공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2월에는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에 도전했으나 지부티의 마흐무드 알리 유수프 외무장관에게 패했다.

오딩가는 지난해 10월 80세의 나이로 인도 케랄라주의 한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사망 직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오딩가를 "뛰어난 정치가이자 인도의 소중한 친구"라고 기렸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일주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오딩가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렀다.

오딩가는 생전에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으며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2013년 대통령 선거 TV 토론회에 출연해 "1970년에는 케냐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10달러로 79달러인 한국보다 잘 살았지만, 현재 한국은 1인당 GDP가 2만2천 달러로 케냐의 460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과 같이 경제적 성공의 길로 가자"고 자국민의 자성을 촉구했다.

2015년 방한했을 때는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본사를 찾아 "남한과 북한이 통일하는 데 제3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역할을 하고 싶다. 평양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딩가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아버지인 자라모기 오딩가 케냐 전 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최초의 케냐인이라고 소개했다. 자신도 독일 통일 전 동독 대학교에 다녀 분단국가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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