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4-07 08:00:02
생생한 부처 얼굴, 가슴엔 '卍'자…봉정사 대형 불화 만나볼까
국립중앙박물관, 부처님 오신 날 맞아 '깨달음으로 이끄는 부처' 전시
높이 8.2m 이르는 보물 괘불…여성 후원자 포함 166명 뜻 모아 제작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높이가 8.2m에 이르는 긴 화폭 위로 석가모니 부처와 여러 보살, 제자들이 함께 있다.
가르침을 전하는 부처 모습을 담은 영산회상(靈山會上) 장면이다.
당대 손꼽히는 화승(畵僧·그림을 그리는 승려)들은 부처의 얼굴을 생생하게 표현했고, 가슴에는 금박으로 된 '만'(卍) 자 문양을 더했다.
비단 16폭을 옆으로 이어 만든 그림은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이 특별한 날이나 야외 의식이 있을 때 경북 안동 봉정사 대웅전 앞마당에 내걸렸다.
봉정사의 귀한 불화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7일부터 서화관 불교회화실에서 선보이는 '깨달음으로 이끄는 부처, 안동 봉정사 괘불' 전시를 통해서다.
괘불은 불교 의식에 사용하는 대형 불화를 일컫는다.
평소에는 함에 넣어 전각 내부에 보관하다가 특별한 날 옮겨와 걸었는데, 높이가 10m에 이르는 대형 화폭에 조성한 경우가 많다.
올해 소개하는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도'는 1710년에 제작됐으며 높이 821.6㎝, 폭 620.1㎝에 이르는 대작이다.
부처를 중심으로 여덟 보살과 열 명의 제자를 좌우 대칭으로 구성했으며 전통 채색 기법인 '바림'을 활용해 인물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금박의 '만'자 문양도 주목할 만하다. 박물관은 "괘불의 장엄함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봉정사 괘불에서만 확인되는 독창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봉정사 괘불은 당대 불교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도 의미가 크다.
그림 아래에 있는 기록에 따르면 도문(道文), 설잠(雪岑), 승순(勝淳), 계순(戒淳), 해영(海英), 종열(宗悅), 성은(聖訔) 등 7명의 화승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도문을 비롯한 일부 화승은 보물 '예천 용문사 천불도' 등 주요 불화 제작에도 참여해 17세기 후반∼18세기 초반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승 집단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봉정사 괘불은 현재까지 확인된 도문의 마지막 불화 작품으로 그의 화풍과 예술적 역량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봉정사 괘불은 많은 사람의 정성이 깃든 유물이기도 하다.
화기(畵記)에는 총 166명의 이름이 빼곡히 남아 있는데, 여성 후원자인 '명월사당 묘정'(明月舍堂 妙淨)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이 불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불교 신앙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은 "봉정사 괘불은 불교사와 불교 미술사 연구에 있어 의의가 크다"며 "부처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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