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 들인 안동 임청각 복원…역사문화공유관 전시 곳곳 오류

석주 이상룡 한시 '거국음' 원문 오표기…동상은 화장실 옆에 설치
임청각 측 "석주 이상룡 정체성 배제돼"…안동시 "수정 검토"

김선형

| 2026-09-20 08:01:01

▲ 임청각 역사문화공유관에 오표기된 한자 [임청각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화장실 옆에 설치된 석주 이상룡 선생 동상 [임청각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삶과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경북 안동 임청각 역사문화공유관에서 선생이 남긴 한시의 일부 한자가 원문과 다르게 표기되는 등 전시 곳곳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또 선생의 동상이 화장실 옆에 설치된 데다 유품과 독립운동 관련 자료 등 핵심 전시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식 개관을 앞두고 전시 내용과 공간 구성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경북 안동시 등에 따르면 이상룡 선생의 종손 이창수씨는 지난 14일 안동시장과 시의회에 '임청각 종합정비사업의 당초 목적에 부합한 이행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전시 오류와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역사문화공유관에 전시된 이상룡 선생의 한시 '거국음'(去國吟) 원문에서 '好住鄕園休悵惘'(호주향원휴창망) 가운데 '住'(살 주)를 '佳'(아름다울 가)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절은 '고향에 남은 이들이여, 부디 잘 지내고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라는 뜻으로, 나라를 떠나는 독립운동가의 결의와 고향에 남겨진 사람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녹아 있다.

그러나 전시물에는 원문과 다른 한자가 표기돼 시구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세로쓰기 한시에서 시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배열하는 전통적인 표기 방식과 달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열해 원문의 순서까지 뒤바뀌었다.

임청각 측은 이 밖에도 거국음의 한글 독음과 해석, 공유관에 설치된 다른 한시 '제임청각'(題臨清閣)의 독음과 번역에서 여러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상룡 선생 동상이 화장실 옆에 설치된 점도 지적됐다. 임청각 측은 동상을 당초 계획된 기념관 전면으로 옮기고 향후 공유관 관리·운영 과정에 기념사업회 등이 참여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공유관에 이상룡 선생의 유품과 독립운동가 가계도, 국무령 취임사, 정확한 한시와 독음·어록 등을 상설 전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룡 선생의 종손 이창수 씨는 연합뉴스에 "완공을 앞둔 기념관에서는 당초 건립 목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마땅히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석주 이상룡 선생의 정체성이 배제돼 무엇을 기념하는 공간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동시는 공유관 조성 과정에 임청각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으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추가 협의를 통해 수정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동시 관계자는 "시설물 설치 전 문중 관계자들을 모시고 인물 표정과 동상 위치 등에 대해 어느 정도 협의를 거쳐 사업을 진행했다"며 "최근 안동시에 관련 건의문이 접수된 뒤에도 시가 수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협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앞으로도 문중과 계속 의사소통하면서 검토 결과에 따라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청각 역사문화공유관은 안동시가 이상룡 선생의 삶과 독립운동 정신, 임청각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하 2층, 지상 1층, 연면적 870.2㎡ 규모로 조성했다.

시는 2023년 12월 건립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말 시설 공사를 마쳤고 올해 실내외 전시 콘텐츠를 설치했다.

공유관 건립은 2017년부터 추진된 총사업비 280억원 규모의 임청각 보수·복원사업의 하나로, 현재 정식 개관에 앞서 임시 운영되고 있다.

시는 임청각 주변에 재현 가옥 2동을 복원하는 등 남은 공사를 거쳐 오는 2027년 전체 보수·복원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