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 2026-08-22 08:00:06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고려시대부터 궁궐을 짓고 배를 만드는 재목으로 쓰인 충남 태안의 안면송, 조선 세조가 법주사로 향할 때 생긴 인연으로 벼슬을 내렸다는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조선의 5대 궁궐에 모두 사용될 만큼 우수성이 뛰어난 경북 울진의 금강송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의 이야기, 소나무의 길을 잇는다는 의미로 탄생한 것이 바로 동서트레일입니다."(산림청 관계자)
산림청이 2023년부터 4년에 걸쳐 조성하고 있는 숲길인 동서트레일의 내년 전 구간 개통을 앞두고 대피소·쉼터·이정표 등 운영 기반을 갖추기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동서트레일은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5개 시·도, 21개 시·군·구, 225개 마을을 연결한다.
총연장 849㎞(55개 구간)로, 세계적 트레킹 성지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보다도 49㎞가 더 길다.
동서트레일은 민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 기금을 기반으로 동쪽 첫 구간인 55구간 완공에 이어 2024년 말까지 약 229㎞가 조성됐다.
전 구간 완공은 올해 말, 전면 개통은 2027년으로 계획돼 있다.
동서트레일이 지나는 지역 대부분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촌 지역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농산촌마을에 탐방객이 찾아오고, 지역 식당·민박·장터가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되면 지역경제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게 산림청 측 설명이다.
조영희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동서트레일의 진정한 목적은 길을 따라 지역이 살아나는 것"이라며 "동서트레일이 농산촌 소멸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역 활성화 모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5개 시·도, 21개 시·군·구가 협력해 조성 중인 동서트레일은 단순한 길의 개념을 넘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잇는 상생의 길"이라며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주민과 자원봉사자,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면 개통을 앞두고 산림청은 단순히 길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탐방객이 안전하게 걷고 머물 수 있는 대피소·쉼터·이정표 등 운영 기반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걷는 이들이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백패킹이 가능한 장거리 숲길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백패킹은 1박 이상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여행으로, 1·2인용 텐트를 치거나 대피소에 마련된 1인용 침상 등에서 쉬는 구조다.
이미 조성이 끝난 구간과 기존 숲길을 연결한 17개 구간, 약 244㎞를 지난해 10∼11월 시범 개방하면서 백패킹의 흥행몰이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범운영은 실제 개통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용객들은 '숲나들e' 플랫폼을 통해 동서트레일 패스를 발급받고, 숲길과 대피소를 예약해 이용했다.
주요 구간에는 방문자 안내소와 백패킹이 가능한 대피소를 마련해 탐방객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 총 8만여명이 다녀갔고,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 사항과 미비점을 개선한 결과 설문 응답자의 90%가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산림청은 전했다.
다만, 대부분 대청호 주변을 걷는 코스로 형성된 대전 지역 70.4㎞ 구간에는 백패킹 장소로 활용할 대피소가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해당 구간 대부분이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숲길 500m 내 주택 마당이나 마을회관 옥상 등에 간단한 백패킹 시설을 마련해 줄 것을 대전시 측에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동서트레일 전체 구간에 20여개 거점 마을과 40여곳의 대피소가 계획돼 있고, 일부 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해 거점 마을 조성과 대피소 마련에 적극 협조하는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이와는 별도로, 산림청은 각 구간의 역사와 문화적 이야기를 발굴해 걷는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구간별 스토리텔링 전략을 마련했다.
또, 예약앱 개발과 이용자 가이드라인 마련 등으로 현장 운영체계를 표준화하고, 당일형 트레킹 코스부터 1박 이상의 백패킹 코스까지 다양한 체류형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동서트레일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내년 완전 개통 때 한층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장거리 숲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산림청 관계자는 "동서트레일 완공 후 국민에게는 힐링과 탐방의 공간, 기업에는 ESG 실천의 장, 지역에는 농산촌 재생의 플랫폼, 국가에는 지속 가능한 산림복지 인프라, 해외에는 K-산림문화·관광 콘텐츠를 알리는 세계적인 트레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인 백패킹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거점 마을과 연계한 표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 특산물 및 기획상품(굿즈) 개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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