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마음을 비추는 달을 찾아서…인월사와 경포대

화마의 상처 딛고 일어선 인월사, 세계건축상(WA Awards) 받아

현경숙

| 2026-09-06 08:00:09

▲ 강릉 인월사 '인드라 월'과 '까르마의 연못'[사진/정동헌 기자]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월사[사진/정동헌 기자]
▲ 인드라 월[사진/정동헌 기자]
▲ 인월사 로비[사진/정동헌 기자]
▲ 명상센터인 담마선원[사진/정동헌 기자]
▲ 대웅전[사진/정동헌 기자]
▲ 경포대 내부[사진/정동헌 기자]
▲ 경포호 옆 경포대[사진/정동헌 기자]
▲ 경포호와 경포 앞 바다[사진/정동헌 기자]

(강릉=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불교에서 '인월'(印月)은 달빛처럼 만인을 평등하게 비추는 진리를 뜻한다.

경포대 옆 인월사(印月寺)는 2023년 강릉 대화재의 아픔을 딛고 불심과 연대의 힘으로 최근 중창을 마쳤다.

새로 지은 사찰 건물이 세계건축대상을 받으면서 마음을 비추는 달, 호수에 비친 달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인월(印月)과 경포(鏡浦)

인월(印月)은 '달이 물에 비치듯 번뇌가 사라진 맑은 마음속에 부처의 깨달음과 진리가 드러난다' '부처의 지혜는 달빛처럼 만인을 차별 없이 비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릉 경포대 옆에는 고려 시대에 인월사가 있었다는 문헌 기록이 전한다. 옛 인월사가 있던 자리에 1326년(고려 충숙왕 13년) 강원도 안렴사 박숙이 경포대를 새로 지었다는 내용이다.

예부터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 개 뜬다고 했다. 밤하늘, 경포 호수, 경포 바다, 술잔, 마주 앉은 임의 눈 속의 달이다.

'인월'은 경포호 수면에 도장처럼 선명하게 찍힌 달을 뜻하기도 한다.

거울 같은 경포호 물결 위에 다섯 개 달을 띄우고, 인월사에서 마음을 비추는 달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다.

◇ 공동체 힘으로 재건한 사찰, 세계건축대상 받아

강릉시 경포로에 있는 현재의 인월사(주지 재범 스님)는 1979년 세워진 작은 비구니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의 말사이다.

현 인월사는 고려 시대의 옛 인월사 터로 추정되는 곳 가까이 있다.

인월사는 2004년 강원도 최초의 위파사나 수행도량인 담마선원을 개원해 이끌어왔다.

2016년부터는 7∼14세 어린이 30∼40명을 대상으로 무료 명상 캠프를 꾸준히 열었다.

그러던 중 2023년 4월, 경포호 인근에서 강풍으로 쓰러진 소나무가 전봇대를 건드리면서 발생한 화재에 휩쓸려 대웅전, 담마선원, 관음전, 어린이 법당, 요사채, 공양간 건물이 전소됐다.

남은 것은 스님 몸에 걸친 승복 한 벌뿐이었다.

그러나 인월사는 기적처럼 재건됐다. 전국비구니회 등 각지의 스님과 재가불자가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에 의해서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목조 건축을 포기했다. 시멘트와 벽돌로 지은 현대식 사찰은 올해 3월 제53회 세계건축상(WA Awards) 대상을 받았다.

◇ 부처님 눈썹을 닮은 사찰

오색 영롱한 인드라 월과 까르마의 거울

인월사는 언뜻 보아서는 절집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진리와 안식을 구하려는 불자뿐 아니라 일반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경내가 아름답고 현대 종교 건축의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절집으로 들어서면 먼저 맑고 푸른 연못이 방문객을 맞는다. '까르마의 거울'로 불린다.

부처님을 예경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나를 마주하기 위해 사찰 전각에 들어가기에 앞서 잔잔한 수면에 나의 마음을 비추고 업을 관조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사찰 건물 사이에는 '인드라 월'이라 불리는 벽이 세워져 있다.

인드라 월은 다양한 색을 지닌 사람들이 인연으로 연결돼 아름답게 빛난다는 불교 화엄 사상을 시각화했다.

벽돌 구멍은 각 개인의 색은 고유하나, 그 색의 실재는 비어 있다는 색즉시공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인드라 월은 불교 오방색을 입힌 현대식 단청을 표현한다.

법당, 로비, 공양간, 명상 센터인 담마선원이 차례로 길게 이어진, 일체형 사찰 건물은 공중에서 보면 초승달 같은 부처님 눈썹을 닮았다.

로비는 부처님 미간에 해당하며, 비움으로써 채울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담마선원 천장에는 흡음판이 매달려 있어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 우주를 연상시킨다.

법당과 담마선원 벽면에는 친환경 종이 소재로 만든 큰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열주는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무미건조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시멘트벽을 부드럽고 웅장하게 장식한다.

인월사를 설계한 윤경식은 자연과 인간, 한국 전통 공간의 정서를 현대적 철학으로 풀어내는 대표적 건축가로 국내외 주요 건축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재범 스님은 그를 직접 찾아갔고 인월사의 안타까운 사연, 사찰 재건을 기다리는 사부대중의 염원은 그의 마음을 움직여 설계를 수락하게 했다.

◇ 관동팔경 제1경 경포대

인월사는 경포대와 경포 해변 사이에 있다.

경포대와 경포 해변은 인월사에서 각각 1㎞ 정도 떨어져 있다.

2023년 화재는 경포대 코 앞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누각은 살아남았지만 외곽의 소나무들은 불에 탔다.

새로 심긴 어린 활엽수들은 그새 왕성하게 자라 화마가 할퀸 상처를 가리고 있었다.

송강 정철의 가사 문학 '관동별곡'으로 널리 알려진 관동팔경은 대관령 동쪽, 동해안 일대의 명승지 8곳을 일컫는다.

경포대는 그중 제1경이다.

누각 기둥과 처마 사이로 보이는 경포 호수의 정취는 주변 자연을 프레임 형태로 담아내는 한국 전통 건축 기법인 차경(경치를 빌려 옴)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경포대는 정면 5칸, 측면 5칸으로 규모가 크다.

특히 경포 호수 방향으로는 단을 높여 마루를 만들고, 좌우로 한 단을 더 올려 누마루를 설치해 전체적으로 내부를 3단으로 구성한 것은 일반 누정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경포대는 옛 인월사 터에 지어졌다가 지금의 위치로 옮겨 세워졌다.

그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정자 안에는 조선 숙종의 어제시가 걸려 있다.

경포대는 2019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경포대 경내에는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과 한국전쟁 중 산화한 강릉 출신 군인·경찰의 넋을 기리는 충혼탑이 호수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 볼거리가 이어지는 경포 호수

동해안 제일의 경포 해수욕장

과거 경포대 풍광의 압권은 경포 호수와 경포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는 데 있었다.

지금은 매립 등으로 호수가 작아지고, 주변에 큰 건물이 들어서면서 경포대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경포 호수는 파도와 바닷물의 흐름으로 쌓인 모래톱이 만을 막으면서 형성된 자연 호수이다.

석호라고 불린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호여서 독특하고 풍부한 생태계를 갖는 석호는 강릉, 속초, 양양, 고성 등 동해안 일대에만 존재하는 희귀 지형 자산이다.

경포 호수는 과거 둘레가 12㎞에 이르렀으나 일제강점기, 경제개발 시기 등에 농경지 확보를 위한 매립으로 크기가 축소됐다. 현재 둘레는 약 4㎞이다.

호수 둘레에는 산책로, 자전거 길, 가시연 습지, 습지 생태원 등이 조성돼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오죽헌, 조선 사대부가의 99칸 고택인 선교장,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아르떼뮤지엄강릉, 경포아쿠아리움, 초당순두부마을 등 다채로운 관광지가 밀집해 있다.

경포 해수욕장은 동해안에서 백사장 규모가 가장 크다.

여름에만 100만∼150만명이 방문하고 사계절 내내 수백만 명이 다녀간다.

약 1.8km에 달하는 하얀 백사장과 초록빛 송림, 검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국 전통 명승지의 아름다움과 끝이 보이지 않는 웅대함을 느끼게 한다.

인월사나 경포대를 방문하려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속초와 부산을 잇는 동해고속도로에는 몇 군데 미개통 구간이 있다.

서울양양, 영동 고속도로는 동해고속도로와 연결된다.

동해고속도로 강릉IC나 북강릉IC를 통해 나가면 인월사까지 10여분 걸린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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