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재
| 2026-06-20 08:00:06
[길따라] 2002년엔 붉은 악마가, 2026년엔 외국인 관광객이…
응원전 뒤 종로로 우르르…주변 상권 매출도 '쑥'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19일 오전 9시가 채 되지 않은 서울 광화문광장.
출근하던 기자는 광화문 광장이 축구장 밖 또 하나의 경기장으로 바뀐 모습에 놀랐다.
광장 한쪽에 세워진 대형 스크린 앞으로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응원단은 북소리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쳤다.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췄고, 여행용 배낭을 멘 외국인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찍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A씨는 이날 아침 투숙객인 미국인 관광객 가족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응원전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응원전 소식을 알고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응원전에 참여하기 위해 숙소 문을 나섰다.
미국에서 온 제리 씨는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사람들이 거리에서 보여준 응원은 아직도 많은 축구 팬들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영상으로만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그 분위기 속에 서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축구 경기만 보러 가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축구를 사랑하는지 보러 가는 날입니다."
광화문 거리 응원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하나의 체험 상품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궁과 전통시장,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여행을 넘어, 한국 사회가 한순간에 뜨거워지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려는 이들이 광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날 경기는 한국과 개최국인 멕시코와의 A조 2차전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대형 스크린에 대표팀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함성이 터졌고,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나올 때마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사이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응원 대열 안으로 들어왔다.
한국어 응원 구호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주변 사람들의 구호를 따라 했다.
미국에서 여행을 왔다는 존과 켈빈도 경기 시작 전부터 광장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존과 캘빈은 이후 조계사를 둘러본 뒤 인사동의 식당으로 향했다.
켈빈은 "한국 여행 중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남녀 멕시코 학생들은 한국과 멕시코 유니폼을 입고 응원전에 참여했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광장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거리 응원의 열기는 주변 상권으로도 이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시민과 관광객들은 인사동, 익선동, 청계천 일대 음식점과 카페로 흩어졌다.
실제 매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체코전 당시 CU가 광화문 인근 약 10개 점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주 같은 요일에 비해 매출이 3.4배 늘었다.
무더위 탓인지 얼음과 아이스 드링크, 이온 음료 등이 많이 팔렸다.
김밥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도 인기를 끌었다.
서울관광재단의 한 관계자는 "광화문 거리 응원은 이제 한국인만의 추억에 머물지 않는다"며 "2002년 붉은 악마가 내국인들만의 잔치였다면, 2026년 월드컵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큰 자리를 내주는 잔치가 됐다"고 말했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