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얼굴·구멍 난 몸으로 존재의 본질 탐구…김희곤 개인전

"틀을 해체하는 파괴 행위로 존재 탄생시켜"…회화·철판 조형 50여점 전시

박의래

| 2026-07-18 07:54:46

▲ 김희곤 작 '푸른 사이 2' [구구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희곤 작 '셀프 9' [구구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희곤 작 '나는 오늘 밤 16발의 총알로 나를 살해했다' [구구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희곤 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목동 구구갤러리에 전시 된 김희곤 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2026.7.18. laecorp@yna.co.kr
▲ 김희곤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지난 14일 김희곤 작가가 서울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존재 조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7.18.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화면 속 인물들은 얼굴이 찢어져 있고, 몸엔 구멍이 나 있다. 두꺼운 물감층과 거친 흔적은 폭력적인 인상을 남기지만, 작가는 작품 안에서 인간 존재와 삶의 조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한다.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우리는 어떤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가.

서울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희곤 개인전 '존재 조건'은 인간 존재와 삶의 조건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회화를 비롯해 철판 조형물 4점과 드로잉 20여점 등 총 50여점이 출품됐다.

김희곤의 작품은 인간 신체를 표현하지만, 특정 인물은 아니다. 화면 속 형상은 찢기고 긁히고 덧입혀지는 과정을 거치며 낯선 모습으로 재구성된다. 강렬한 붓질과 거친 질감은 상처와 욕망, 불안과 연민을 드러낸다.

지난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가 파괴하고 해체하는 것은 인간을 구속하는 고정관념과 틀"이라며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나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의 대표작은 2m가 넘는 대형 인물상 연작 '셀프'다. 나무 패널에 미술 잡지 등을 붙여 사람 형상을 만든 뒤 숯가루 안료를 덧입혔다. 그러고는 얼굴과 몸통을 위아래로 찢어 해체했다. 구멍 뚫린 몸 뒤로는 흰 벽이 보인다.

작가는 "몸을 찢어 생긴 빈 공간이 원래 내 본질"이라며 "불교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 근원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나는 오늘 밤 16발의 총알로 나를 살해했다'는 전동드릴로 철판을 긁어내 인간 형상을 구축한 작품이다. 몸에는 총알 자국을 연상시키는 16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작가는 "철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했더니 사람이 등장한다"며 "새가 알을 깨고 태어나듯 파괴 행위가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문구로 유명한 불교 최초의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따왔다.

철판을 거칠게 절단하고 용접해 만든 인체 형상으로 얼굴과 몸은 크고 작은 수많은 구멍으로 뚫려 있다. 견고한 철로 만들어졌지만 온몸을 관통한 구멍 탓에 단단한 존재마저 위태롭게 느껴진다.

작가는 "인간은 공과 색, 고요와 욕망 중 어느 하나에 머물 수 없는 존재"라며 "어느 하나를 완전히 버리거나 붙들 수 없는 채 그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흔들리고 방황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관해 "흔들림 속에서 타인의 상처를 공감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작은 가능성을 함께 나누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22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