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발레리나 윤서후 "파리 10년…이제야 고국 무대 섭니다"

15세 홀로 프랑스로 떠나 파리오페라발레 쉬제까지
"무대 떠나 있던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춤으로 돌아와"

정아란

| 2026-07-28 07:30:01

▲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하는 윤서후 [윤서후씨 제공]
▲ 파리오페라발레의 윤서후 [윤서후씨 제공]
▲ 파리오페라발레의 윤서후 [윤서후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여러 번 제안이 왔지만 그동안은 계속 거절했습니다. 아직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 쉬제(Sujet·솔리스트) 윤서후(27)가 프랑스 진출 10년 만에 고국 무대에 오른다. 29일 충북 음성과 다음 달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을 통해서다.

6살에 발레를 시작한 윤서후는 14세에 이원국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최연소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예원학교 중퇴 후 이듬해 홀로 프랑스로 건너간 윤서후는 파리오페라발레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했다.

"아직은 보여드릴 단계가 아니다"라며 한국 공연을 고사해온 그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간 배운 프랑스 스타일을 이제 조금은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 공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서후는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레이몬다' 파드되(2인무)와 '백조의 호수' 4막 파드되를 파리오페라발레 동료 무용수와 함께 선보인다. "누레예프 작품을 파리에서 정말 많이 했고, 그게 프랑스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 스타일은 미니멀하면서도 아우라가 있어요. 테크닉이 화려하다기보다 절제돼 있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해요."

윤서후는 '발레 엘리트 코스'인 예원학교를 그만두고 해외 진출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빨리 프로 무용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학교에 있기보다는 스튜디오에 더 있고 싶었습니다."

15세에 혼자 프랑스로 떠난 선택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 파리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고됐다. "막 정단원이 됐을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조금 더 커서 올걸'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누가 저를 집게로 집어서 파리에 툭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서 가능했던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지 않았으니까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

한국과 프랑스의 발레 문화 차이도 컸다. 처음에는 수업을 따라가기조차 어려웠다. "프랑스에서는 세 바퀴를 도느냐보다 움직임의 퀄리티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발을 어떻게 쓰는지, 기본 동작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많이 봅니다. 어떻게 보면 덜 화려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의 클래스가 있어요. 그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익히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7년 파리오페라발레 정단원이 된 그는 지난해 말 솔리스트급인 쉬제로 승급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윤서후는 한때 번아웃으로 약 1년 반 동안 무대를 떠나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계속 달려오기만 하다 보니 '발레하는 윤서후'만 있었지, 정작 제가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긴 휴식은 코로나19 시기와 겹쳤다. 그는 다른 단원들이 복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번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게 됐고, 내가 정말 춤을 좋아해서 다시 돌아온 것이구나 하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올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쉬제로 승급한 그의 목표도 달라졌다. 한때는 수석 무용수인 에투알이 막연한 꿈이었다면 이제는 직급보다 어떤 춤을 추는 무용수가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언젠가 에투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컸습니다. 지금은 '이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저런 춤을 한번 춰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도 결국 '표현'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다. "제가 표현한 것을 관객이 느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전달됐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가장 존경하는 무용수로 꼽은 이는 영국 로열발레의 수석 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녜스다.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서 오히려 더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직접 공연을 보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서후는 해외 무대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 중인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저도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끝까지 해보니까 '그때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조금 더 참아봤으면 좋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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