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해수욕' 옛말…동해안 피서객 160만명 급감한 까닭은

양양 제외한 강원 5개 시군 모두 감소…전체 관광 흐름과 엇박자
폭염·너울 등 기상 악재에 발길 주춤…관광 인프라 격차도 영향
쪼개 쓰는 휴가에 피서지도 다변화…"자연 의존 관광 탈피" 조?

박영서

| 2026-08-26 07:00:09

▲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 피서객 160만명 급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역별 해수욕장 피서객 증감율 그래프 [제작 박영서]
▲ 너울성 파도 주의 (속초=연합뉴스) 궂은 날씨를 보인 지난 9일 강원 속초 해수욕장에 너울성 파도가 일면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지 못하고 있다. [얀합뉴스 자료사진]
▲ 폐장한 해수욕장에서 무더위 식히는 피서객들 (강릉=연합뉴스) 지난 24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경포를 비롯한 강원 동해안 대부분의 해수욕장은 지난 23일 폐장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연합뉴스) 박영서 류호준 기자 = 올여름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160만명 줄었다. 과거 긴 장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뚜렷한 악재가 없었는데도 나타난 감소세다.

기록적인 폭염과 너울성 파도가 발목을 잡은 데다 여름휴가 수요가 해수욕장에서 계곡과 호텔, 워터파크, 카페 등 다양한 장소로 분산되는 관광 트렌드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동해안을 찾은 외지인 방문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던 것으로 나타나 단순한 관광객 감소가 아닌 '여름휴가=해수욕'이라는 전통적인 피서 공식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 동해안에 왔지만 바다엔 덜 갔다…피서객 160만명 어디로

26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동해안 85개 해수욕장 누적 피서객은 696만5천8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57만7천359명보다 161만1천482명(18.8%) 줄어든 수치다.

지역별로는 고성이 지난해 211만7천65명에서 올해 81만8천444명으로 무려 129만8천621명(61.3%) 급감했다.

동해(-22.9%)와 속초(-14.2%), 강릉(-8.2%), 삼척(-2.4%)도 감소했다.

반면 양양은 지난해 83만752명에서 올해 110만9천740명으로 27만8천988명(33.6%) 증가하며 6개 시군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피서객 집계 방식에 변화가 없었던 만큼 단순한 통계상 착시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를 동해안 관광수요 자체의 위축으로 보기도 어렵다. 지역 전체 관광객 흐름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지역별 외지인 방문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동해안 6개 시군을 찾은 외지인은 총 1천161만5천72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1천156만1천95명보다 오히려 5만4천632명(0.5%) 늘었다.

지역별로도 강릉(-1.2%)과 삼척(-3.4%)을 제외하면 동해(3.9%), 속초(0.3%), 고성(5.7%), 양양(0.3%) 모두 증가했다.

특히 해수욕객이 61.3%나 감소한 고성은 외지인 방문자가 지난해 7월 141만3천132명에서 올해 149만3천751명으로 5.7% 늘었다.

피서객 감소 폭과 전체 지역 방문객 흐름이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 너무 덥고 거칠었던 바다…지역별 관광 인프라 격차까지

올해 해수욕장을 외면하게 한 일차적인 요인으로는 폭염과 너울성 파도 등 기상·해상 여건이 꼽힌다.

피서객들이 몰리는 8월 첫째∼둘째 주 사이 일주일가량 너울성 파도가 일면서 일부 해수욕장은 입수가 통제됐다.

김홍길 고성군 이장협의회장은 "올해 고성지역 해수욕장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공식 집계처럼 60% 이상 급감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너울성 파도로 해수욕장 운영에 차질이 있었고 폭염으로 해수욕장보다 계곡 등 다른 관광지를 찾은 방문객도 많았다"며 "이런 방문객은 해수욕장 피서객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석삼 강원도관광협회장도 "올해 동해안 일부 지역의 피서객 감소에는 폭염과 주말마다 이어진 비 등 기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너울성 파도 등 해상 여건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역별 관광 인프라 차이도 피서객 증감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양은 최근 낙산을 중심으로 대형 숙박시설이 잇따라 들어선 데다 해수욕뿐 아니라 서핑과 카페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갖추면서 관광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고성은 상대적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형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김홍길 협의회장은 "고성은 교통 접근성이 취약하고 관광 인프라도 부족하다"며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교통망 확충과 함께 지역 관광 인프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바다 대신 호텔·계곡·도심으로…관광 콘텐츠 다변화 필요

그러나 올여름 피서객 감소를 날씨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광객들이 해수욕 대신 다른 관광·여가 활동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영철 상지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일정한 시기에 2박 3일이나 3박 4일씩 휴가를 갔다면 최근에는 당일 여행이나 1박 2일처럼 휴가를 쪼개 쓰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더운 날에는 가까운 쇼핑몰이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산악지역이나 계곡을 찾기도 한다"며 "예전처럼 무조건 바다에서 해수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활동을 비롯한 도심 관광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워터파크와 수영장 등 생활권 주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점도 굳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며 해수욕장을 찾아야 할 유인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관광객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피서지를 선택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상 상황에 따라 관광객 수가 크게 출렁이는 자연환경 의존형 관광에서 벗어나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 교수는 "강원 관광은 여전히 자연 의존도가 높다"며 "먹거리와 카페, 문화관광 등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고 날씨 영향을 덜 받는 도심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강원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동해안이라고 해서 바다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며 "너울이나 악천후로 해수욕이 어려워도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 등 대체 시설과 콘텐츠를 갖추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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