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공자·주자 이어 제3기 유학 확립…서학까지 통합"

국내외 학자 논고 모은 '세계사 속의 다산학' 출간

박상현

| 2021-11-08 07:30:00

▲ 다산 정약용 동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산, 공자·주자 이어 제3기 유학 확립…서학까지 통합"

국내외 학자 논고 모은 '세계사 속의 다산학'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앞에는 흔히 '실학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또 다산 저작 중에는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정리한 '목민심서'와 행정 제도의 개혁 원리를 제시한 '경세유표' 같은 책이 유명하다.

하지만 다산 문집인 '여유당전서' 분량을 보면 목민심서·경세유표·흠흠신서처럼 현실 정치와 법률을 논한 '정법집'(政法集)이 39권 19책이고, 대학·논어·시경 같은 유교 경전을 다룬 '경집'(經集)이 48권 24책이다. 다산은 실학자 이전에 유학자였던 셈이다.

김영호 경북대 명예교수는 지식산업사가 한국·중국·대만·일본 학자들의 다산 연구 논고를 모아 펴낸 신간 '세계사 속의 다산학'에서 다산이 공자·맹자와 주자에 이어 제3기 유학을 확립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김 교수는 고대 중국에서 탄생한 원시 유학이 제1기 유학이고, 원시 유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주자학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제2기 유학이 꽃을 피웠다고 설명한다. 이어 서양에서 들어온 학문인 서학(西學)을 접한 다산이 주자학과 서학을 아우르는 제3기 유학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다산은 주자의 성리학에서 핵을 이루는 이(理)의 논리를 결정론으로 규정해 배격함으로써 주자학 극복의 길을 찾았다"며 "서교에서 차용한 자주지권(自主之權) 개념을 살려 변용하면서 천주교 교의의 핵인 천주의 인간에 대한 용서 개념을 물리치려 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제3기 유학은 포스트 주자학"이라며 "포스트는 반주자학 측면과 탈주자학 측면, 친주자학 측면을 포용하는 유연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또 다산이 즐겨 사용한 호가 '열수'(洌水)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정약용의 학문을 '다산학'이 아닌 '열수학'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철학자인 김선희 이화여대 교수는 다산의 자주지권 개념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그는 "다산은 인간이 금수와 달리 자주지권이라는 독특한 권능을 보유해 선과 악의 상황에서 도덕적 주도권을 지닌다고 말한다"고 짚은 뒤 자주지권을 근대적 자유의지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면서 "다산은 도덕적 성취의 토대를 이가 아니라 본성의 성향으로 자연화함으로써 유학의 근본적 전제인 천명(天命)으로서의 성선(性善)을 계승한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서학의 자원을 활용해 유학에서 요구되지 않았던 도덕적 의지와 결단을 도덕적 실천의 중요한 단계로 삽입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자주지권에서 중요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의지이며, 일반 의지가 아닌 선의지"라고 역설한다.

이외에도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 정민 한양대 교수, 김문식 단국대 교수,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이 쓴 글이 담겼다.

796쪽. 4만7천원.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