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훈
| 2021-08-13 07:30:00
"참된 학예주의자 김정희"…미술평론가 최열의 추사 평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흔히 서예가로 알려졌지만 예술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 천재였다. 당대 최고의 명필로 '추사체'라는 독창적인 글씨체를 완성한 추사 김정희(1786~1856)는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과 시에도 능했다. 고증학과 금석학 등 학문에서도 대가 반열에 올랐다.
놀라운 성취만큼 그동안 수많은 추사 연구와 전시가 이어졌고, 그를 둘러싼 학술적 논쟁도 다양하다. 하지만 여전히 추사의 작품과 생애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가인 최열이 추사의 삶과 작품세계, 그와 연관된 담론을 총망라한 '추사 김정희 평전'을 펴냈다.
최열은 추사 김정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정도로 1천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 각종 자료와 해설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탄생과 사망부터 사제 관계, 추사체의 탄생과 시기별 작품, 금석학 연구와 실사구시론, '세한도'와 '불이선란도' 이야기, 교유 관계 등 추사의 생애와 예술을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저자는 그동안 나온 추사 연구 기록을 살펴보며 실체를 조명하고 여러 연구자가 추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살펴본다.
경성제국대학 교수 출신인 후지쓰카 지카시는 1936년 박사 논문에서 추사의 출생지가 예산이라고 했고, 일부 연구자들이 이 견해를 따랐다. 그러나 최열은 김정희가 외가인 한양 남부 낙동에서 태어났음을 밝힌다.
이와 함께 자하 신위, 초정 박제가 등 추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학자들, 옹방강과 완원 등 청나라 문인들이 추사에게 어떤 존재였으며 학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망한다.
최열은 "추사 김정희는 학문을 예술처럼, 예술을 학문처럼 다뤘다. 학문과 예술을 혼융하여 '학예주의'의 절정에 도달했고, 이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 신묘한 예술세계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남긴 모든 문자와 형상이, 글씨와 그림이, 그 감각과 사유가 모두 학예의 결정체"라며 "나의 경탄은 그의 문자와 형상 안에 숨겨진 '학예 혼융의 경계로부터 비롯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추사는 제주 유배 시절 '세한도'와 추사체를 완성했다. 최열은 추사가 제주로 유배를 떠난 나이인 쉰다섯이 된 2010년 평전을 쓰기 시작해 10년 뒤인 지난해 마쳤다.
돌베개. 1천96쪽. 5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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