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사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라…영화 '노 머시: 90분'

현실적 설정에 스크린라이프 활용한 속도감 있는 연출

박원희

| 2026-01-28 07:31:00

▲ 영화 '노 머시: 90분' 속 장면 [소니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노 머시: 90분' 속 장면 [소니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노 머시: 90분' 속 장면 [소니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노 머시: 90분' [소니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I 판사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라…영화 '노 머시: 90분'

현실적 설정에 스크린라이프 활용한 속도감 있는 연출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대량 실직과 경제난이 닥친 202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는 범죄가 넘쳐난다. 늘어나는 범죄율에 LA시는 새로운 사법 체계 '머시'(Mercy)를 도입한다. 머시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판사가 돼 유무죄를 판단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강력반 형사 레이븐(크리스 프랫 분)은 범죄 대응에 효율적인 머시 체계에 동조하고 재판받을 첫 용의자를 체포해 넘긴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븐은 양 손목이 묶인 채 깨어난다. 그가 있는 곳은 머시 사형 법원이다. 레이븐은 아내 살해 혐의로 90분 뒤 사형에 처할 운명에 맞닥뜨린다.

영화 '노 머시: 90분'은 레이븐이 아내 살해 혐의에 맞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영화는 레이븐이 AI 판사 매독스(레베카 퍼거슨)로부터 재판받는 과정이 주가 돼 법정 스릴러의 성격이 강하다. 폐쇄회로(CC) TV, 개인적으로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 각종 문서 등을 바탕으로 피의자의 유죄 확률을 계산하는 매독스는 레이븐이 유죄라고 확신한다. 레이븐은 이에 맞서 스스로 변호사가 돼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다. 레이븐이 아내와의 일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단서 찾기는 곧 진실 찾기가 된다.

영화는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활용해 법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크린라이프는 모니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 영화 장면을 구성하는 기법으로 '서치'(2018)가 대표적이다. 이 기법을 활용해 법정 밖에서 펼쳐지는 범인 추적 과정에 관객은 동참하게 된다. 형사가 탐문하고 증거를 찾는 통상적인 수사대신 AI가 각종 문서와 영상을 찾아 보여주는 식이다. 덕분에 통상적인 형사물보다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현실적인 설정은 몰입감을 높인다. 일상에서 AI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AI 판사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영화는 'AI를 도입하면 정확한 판결과 진실 찾기가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점을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임으로써, AI 판사에 관한 생각을 환기한다. 각본가 마르코 반 벨은 AI를 사법 체계에 도입할 가능성을 다룬 실제 기사와 연구를 조사하며 이야기를 구상했다.

다만 영화의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만능에 가까운 AI는 속도감을 높이는 대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생략해 여러 문제가 손쉽게 해결된다는 인상을 준다. 보디캠(몸에 장착해 촬영하는 기기)이나 휴대전화 영상 등은 실감을 높이지만, 전체적인 화면 연출은 평이한 느낌이다. 영화 '원티드'(2008)의 감독을 맡고 '서치'를 제작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메가폰을 잡았다.

2월 4일 개봉.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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