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도서 찾은 독도·동해…20년간 200여점 수집한 정각스님

원각사 주지 정각스님, 고양서 '동해·독도지도 200선' 전시회
"한국 정체성과 동해·독도, 국제사회에 제대로 인식되길"

고미혜

| 2026-09-02 07:22:00

▲ 동해·독도 지도 200선 전시한 정각스님 [정각스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독도'가 표기된 프랑스 장 밥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의 1732년작 지도 [정각스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반도 지형과 '동양해'(Mare Orientale)가 표기된 1528년 이탈리아 지도 [정각스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조선해' 표기 지도가 수록된 1848년 일본 서적 '화혼이교' [정각스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옛 지도 속 한반도 동쪽에 'Tchiang-chan-tao'(천산도·千山島)라는 중국식 발음 표기와 함께 작은 섬이 육지 가까이 그려져 있다.

천산도는 독도의 옛 이름 우산도(于山島)의 한자를 잘못 표기해 생긴 명칭으로, 1732년 프랑스 지도학자 장 밥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이 만든 이 지도는 지금까지 발견된 서양 지도 중 독도가 표기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불교 관련 고서와 유물을 수집하다 우연히 이 지도를 발견한 원각사 주지 정각스님은 이후 한국과 독도, 동해가 담긴 동서양의 옛 지도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국제고서상연맹(ILAB) 등을 통해 전 세계 고서와 고지도를 뒤져 가치 있는 자료를 발견하면 비싸게는 수천만원을 주고 구해왔다.

그러기를 20여 년, 어느새 200점을 훌쩍 넘긴 귀중한 사료들이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정각스님은 지난 1일 고양 종교인평화회의와 원각사가 주최한 '동해·독도지도 200선' 전시 개막 후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의 이슈를 보면서 문득 옛 지도에 관심이 생겨 정리해보려고 한 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5일까지 닷새간 공개되는 이번 전시품 중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도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신라를 가리키는 '알실라'(Al shilla) 표기와 함께 한국을 섬 형태로 그린 12세기 무슬림 지리학자 무하마드 알이드리시의 지도 복제본부터 시작해 다양한 옛 지도 속 한국의 변천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네덜란드의 지도 제작자 제라드 드 조드가 1593년 만든 아시아 지도엔 마름모꼴 형태의 한반도에 'Coora'라고 적혀 있는데 정각스님은 이것이 서양 지도 중 '한국' 국명이 표기된 최초의 인쇄본 지도라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1528년 이탈리아 베네데토 보르도네가 제작한 세계 지도는 한반도 지형이 거의 흡사하게 그려지고, '동양해'(Mare Orientale)가 표기된 최초 서양 지도라고 정각스님은 말했다.

서양 지도는 물론 일본 옛 지도나 문헌에서도 동해나 조선해, 독도 표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848년 에도 시대 후기 막부의 의례와 의식을 담당하던 가문 출신인 나카조 노부히로가 간행한 책 '화혼이교'에 수록된 지도엔 조선과 일본 사이의 바다에 '조선해'(朝鮮海)라고 적혀있다.

1876년 일본 교육자 곤도 야스요시가 펴낸 책 '조선국지지적요'(朝鮮國地誌摘要)엔 강원도 편에 독도를 죽도(竹島)로 표기하고 조선 땅으로 기술했다.

정각스님은 "이러한 옛 지도와 문헌이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과 함께 동해, 독도가 국제사회에 제대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집 사료들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스님은 이번 전시 도록을 PDF 파일로 제작해 여러 사람과 나누는 한편, 곧 세계 지도의 역사를 정리한 책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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