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
| 2026-07-28 07:00:00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요즘 대세'라 불리는 배우 윤경호(46)는 지금의 인기를 로또 당첨에 비유했다.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윤경호는 몇 번이고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라며 "다시 못 올 것 같은 행복을 느낀다"고 되뇌었다.
그가 주연을 맡은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은 지난 25일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23%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넷플릭스로도 공개돼 방송사 동시 방영작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사이트 투둠에서 비영어 쇼 부문에 3주 연속 1위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작품의 열기가 미처 식기 전 인터뷰한 그는 "이 들뜬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시간"이라며 "지금의 마음에 도취할까 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경호는 극 중에서 전장을 종횡무진하던 파병군인 출신으로, 지금은 별다른 직업 없이 초등학교 하굣길에서 교통정리 봉사를 하는 박진철을 연기했다.
박진철은 해병대 준장인 아내 강지영(김지영 분)에게 꽉 잡혀 살고 딸밖에 모르는 수더분한 인물.
그러나 친구인 김부장(소지섭 분)의 하나뿐인 딸 김민지(서수민)가 납치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리자 숨겨둔 위력을 발휘하며 극의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담당했다.
윤경호는 '김부장'의 인기에 "기적 같은 이 순간이 과분하다. 어떤 작품도 똑같은 각오로 준비했던 저로선 이렇게 큰 사랑을 뭐로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만 행운이란 게 있다면 지금 잠시 저에게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타격감이 돋보이는 박진철의 맨주먹 액션을 위해 연극을 하던 시절 4년 정도 배운 복싱을 다시 연습했다.
대부분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는 그는 "대역 배우가 있었지만, 저와 체격 차이가 너무 났다. 저와 비슷한 체형의 대역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독님도 대역 표시가 너무 난다고 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액션을 거의 다 소화해야만 했다"고 귀띔했다.
'김부장'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는 소지섭, 윤경호, 최대훈이 연기한 세 아빠의 끈끈한 우정이 꼽힌다.
윤경호는 친구의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도 거는 아저씨들의 우정을 연기하며 "소지섭 형, 최대훈과 실제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리의 케미스트리(호흡)가 너무 좋았다"며 "사건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후 셋이 거리로 걸어 나올 때 실제인 것처럼 웃음이 났다"고 회상했다.
요즘 윤경호의 이름 앞에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가 배우로 주목받은 지는 불과 몇 년이 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을 연기하며 맛깔난 활약으로 '유림핑'이란 애칭을 얻었다.
이후 영화 '좀비딸', 티빙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연이어 흥행하며 그의 진가가 더욱 알려졌다.
1999년 연극 '맹진사댁 경사'로 데뷔한 그는 오랜 무명 시기를 버티며 막노동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윤경호는 "아빠의 꿈 때문에 제 아이가 힘들게 크는 것을 볼 자신이 없었다"고 연기를 포기할 뻔했던 시기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땐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역할도 욕심냈다"며 "하지만 딸이 태어난 뒤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말하기 좋아하는 윤경호의 인간적 매력을 먼저 알아본 곳은 웹 예능 '핑계고', tvN '어쩌다 사장'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배우지만 예능으로 주목받는 것에 마음고생도 있었던 그는 "20년 넘게 연기하며 쌓아 올린 시간에 비해 예능으로 단기간 사랑받으면서 조금은 혼란스러웠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팬 사인회에서 어떤 분이 '연기가 없었다면 예능 이미지가 있어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편지를 써주셨다"며 울컥하면서 "그 말이 위안이 됐다. 앞으로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윤경호는 자신을 "주식 같은 배우"라고 표현했다. 오르면 내리는 날이 있는 주가처럼 지금의 열풍이 지나면 인기가 떨어질 날도 있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어제의 영광은 어제까지일 뿐, 오늘의 나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마음을 다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평생 연기를 하면서 대중과 동시간대를 사는 배우로 살다 가는 게 꿈"이라며 "지금의 인기는 그냥 지나가는 로또 같은 행운일 뿐이다. 앞으로도 국수 가락처럼 길게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부장'은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논의 중이다.
윤경호는 "소지섭 선배도 시즌2 제작을 바란다고 했는데 저 역시 어떤 얘기든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박진철을 또 연기할 수 있다면 (차량) 선루프는 통과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오겠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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