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믹스로 '그래미 후보' 이스케이프 드림 "음악은 즐거운 일탈"

'인사이드 아웃'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 후보 올라
"음악 해도 괜찮다는 답 얻은 듯…장르 국한 없이 즐기고 싶어"

김예나

| 2021-12-26 07:11:00

▲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음악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인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이 22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2.22 ryousanta@yna.co.kr
▲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음악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인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이 22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2.22 ryousanta@yna.co.kr
▲ 그래미 어워즈 후보 발표 [레코딩 아카데미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리믹스로 '그래미 후보' 이스케이프 드림 "음악은 즐거운 일탈"

'인사이드 아웃'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 후보 올라

"음악 해도 괜찮다는 답 얻은 듯…장르 국한 없이 즐기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그 날이요? 여느 날이랑 같았어요. 늦게까지 작업한 뒤 누웠는데 갑자기 휴대전화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죠. 모두 축하한다는 데 이게 뭐지 싶었어요."

음악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본명 최진열)은 올해 11월 24일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평범했던 하루가 달라진 건 '그래미'(Grammy) 세 글자 때문이었다.

이스케이프 드림은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래미 후보 지명에 대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감이 안 난다. 나는 그저 K팝을 작곡하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케이프 드림은 유명 DJ 제드와 그리프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리믹스로 제64회 그래미상의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Best Remixed Recording)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모르는 외국인들이 '축하한다'고 SNS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게 뭐지?' 싶었다. 제드가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현실감이 아예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미 후보는 상상도 못 했다는 그의 말처럼 모든 일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충북 청주 출신의 이스케이프 드림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안전공학을 전공한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스케이프 드림은 "필리핀 세부에서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제프 베넷, 크러쉬 등 여러 아티스트의 음악도 마음껏 들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질 무렵, 용기를 내게 해준 건 '알바(아르바이트) 사장님'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님이 사사건건 혼내고 뭐라고 하셨어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자고 마음 먹었죠." (웃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리믹스 경연 대회 역시 비슷했다.

지난해 여름 한 동료가 리믹스 경연 대회를 말했을 때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리믹스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따로 공부한 적도 없기에 '아, 그런 게 있구나' 싶었다.

"다시 생각이 났을 때는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고작 이틀뿐이었죠. 8시간 정도 초안을 잡고 다음 날 8시간 정도 수정했어요. 무지하니깐 용기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당시 경연에서는 이스케이프 드림을 포함해 총 3명이 우승했다. 처음 나간 경연 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것도 모자라 그래미 후보에까지 오른 셈이다.

그는 "음악을 작업할 때는 코드를 고려하는데, 남들이 쓰지 않는 코드로 진행했다. 리믹스는 원곡과 달리 내 입맛대로 표현하니깐 누가 좋아하든 '나는 이런 음악을 좋아해'하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그는 어떻게 그래미 후보에 오르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보통 음악 레이블이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 트랙 등을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에 제출하면 후보 평가·투표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데, 그는 최근까지도 이런 절차를 잘 몰랐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SNS 등으로 음악계 관계자들이 '너 어떻게 그래미에 올라갔어?', '리믹스로 그래미에 오른 비법을 알려줘'라고 부탁해와도 그저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한다.

이스케이프 드림은 음악계 최고 권위의 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한 걸 아니깐 자만하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든다"며 "음악을 하면서 여러 번 흔들리기도 했는데 '너 음악 해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부스터'(연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30대에 접어드는 그는 음악으로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신의 활동명인 '이스케이프 드림'을 언급하며 "나에게는 음악이 꿈이자 일탈"이라며 "현실의 무언가, 삶의 무언가로부터 일탈할 수도 있고 탈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에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음악을 할 때만큼은 다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쉽게 싫증 내는 내가 음악을 할 때만큼은 8시간씩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가 좋지 않으면 음악을 못 만들 것 같다"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놀 듯이 즐기듯이 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경연 주최자인) 제드를 뛰어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이스케이프 드림은 지금까지 그러했듯 음악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2월 1일 설날 미국에서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은 좋은 친구, 동료들과 함께 볼 예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수상 가능성은 한 0.3%, 많이 봐도 2% 정도예요. 그래도 음악에 대한 내 선택, 방향이 맞는다는 평가니깐 지금처럼 음악을 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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