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동화가 도시를 바꿨다…안동을 물들인 '엄마까투리'

산골마을서 탄생해 국민 캐릭터 된 '꽁지' 따라 한 바퀴…관광·체험으로 확장
엄마까투리가 살린 안동…아이들 웃음으로 채운 지역 변신

김선형

| 2026-07-25 07:11:01

▲ 남안동IC 인근 운산교차로 sunhyung@yna.co.kr
▲ 안동시 한 담벼락에 설치된 엄마까투리 캐릭터 경관 조형물 [경북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엄마까투리 캐릭터를 활용한 안동시정 홍보 [경북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엄마까투리 캐릭터로 래핑한 안동 시내버스 sunhyung@yna.co.kr
▲ 권정생 동화 나라에 설치된 '엄마까투리' 캐릭터 조형물 [경북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엄마까투리 상상놀이터 전경 [경북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엄마까투리 상상놀이터 야외물놀이장 [경북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엄마까투리 문학관 공터에 설치된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경북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안동=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우와, 꽁지다!"

남안동IC를 빠져나와 경북 안동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 속 막내 캐릭터 '꽁지'의 조형물이었다.

권정생 선생의 동화 엄마까투리가 안동의 도시 브랜드를 바꾸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캐릭터는 관광과 공공디자인, 어린이 체험시설까지 확장되며 지역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 안동 산골에서 태어난 동화, 국민 캐릭터로 날아오르다

엄마까투리는 안동 출신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 선생의 대표 동화다.

권정생 선생은 '강아지똥', '몽실언니'와 함께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은 단연 엄마까투리다.

동화 엄마까투리는 평화로운 숲을 덮친 산불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불길이 사방을 에워싸자 엄마까투리는 자신의 날개로 새끼들을 감싼 채 마지막까지 품어내고 결국 화마 속에 생을 마감한다.

엄마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새끼들은 훗날 어른이 되고 엄마가 잠든 자리에는 까투리를 닮은 봉우리가 생긴다.

생명의 소중함과 모성애를 담아낸 작품은 세대를 넘어 사랑받으며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동시는 일찍부터 이 이야기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2013년 TV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꾸준히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했다.

덕분에 엄마까투리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전국 어린이들이 TV와 뮤지컬로 접하는 국민 캐릭터로 성장했다.

자연 속에서 뛰노는 꺼병이(꿩병아리) 네 남매와 엄마까투리의 이야기는 공연과 뮤지컬, 캐릭터 상품으로도 확장됐다.

엄마까투리는 안동시 문화산업 정책에서도 핵심 축이다.

시는 안동을 알리는 관광 홍보 영상, 교통안전 캠페인, 축제, 교육 프로그램 등 각종 공공 디자인에 엄마까투리를 활용하며 지역 대표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 안동 곳곳에 스며든 엄마까투리…도시 대표 콘텐츠로

안동 곳곳에서는 숨바꼭질하듯 엄마까투리 흔적을 접할 수 있다.

남안동IC 운산교차로에 설치된 엄마까투리 '두리'와 '꽁지' 조형물은 도시를 찾는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까투리 가족 조형물은 도청 신도시와 월영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월영교에 설치된 엄마까투리 가족 조형물은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명소가 됐다.

엄마까투리로 꾸민 시내버스는 시민과 관광객을 태우고 도심 곳곳을 달린다.

서울의 시내버스 '타요 버스'가 아이들에게 사랑받듯 안동에서는 엄마까투리가 여행의 첫 설렘을 더하고 있다.

어린이 문학관 권정생 동화 나라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8월 일직면 옛 일직남부초등학교 자리에 문을 연 권정생동화나라는 터 1만841㎡에 전시장, 도서관, 문학 교실, 체험관, 어린이 생태체험장 등을 갖췄다.

2023년 3만8천500명, 2024년 4만1천600명, 2025년에는 2만9천명이 찾은 안동의 대표 어린이 문화 공간이다.

전시장에는 권정생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해 작품 세계인 동화 속 장면들이 차례로 이어진다.

어린이들은 체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엄마까투리를 만난다.

한 편의 동화가 문학관을 만들고, 캐릭터를 낳고, 도시의 풍경을 바꿔놓은 셈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권정생 선생의 문학은 더 이상 책장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라며 "아이들은 TV에서 엄마까투리를 만나고, 부모들은 그 캐릭터를 따라 안동을 찾는다"고 말했다.

◇ 동화가 현실이 됐다…엄마까투리 놀이터 문 연다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 주제가에는 '우리 놀이터 숲속'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숲속 놀이터는 현실 공간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안동시는 엄마까투리를 동화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실제 뛰어노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대표 사업은 '엄마까투리 상상놀이터'다.

시는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지방소멸 대응 기금 등 예산 204억원을 들여 안동시 성곡동 일원에 엄마까투리로 꾸민 총면적 3만7천423㎡ 규모의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엄마까투리 상상놀이터에는 야외 물놀이장, 그물 네트 놀이시설, 실내 놀이터, 복합상영관과 체험 공간, 공연장 등 갖춰졌다.

현재는 운영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이다.

야외 물놀이장은 다음 달 1일부터 17일까지 임시 운영한다.

상상놀이터 옆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 수 있도록 3만6㎡ 규모의 야영장이 조성되고 있다.

야영장에는 글램핑 45개 동, 카라반 9개 동, 사우나 9곳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이 공간을 단순히 놀이시설 하나를 더 만드는 데 그치지 않을 계획이다.

권정생 동화 나라와 엄마까투리 상상놀이터, 야영장 일대를 하나의 가족 체험 관광권으로 연결해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전통문화 체험이 주를 이뤘던 안동 관광을 아이들이 뛰어놀고 부모가 함께 머무는 가족형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그 시작점에 엄마까투리가 있다"고 말했다.

◇ 불길 속 엄마까투리…현실에선 이재민 품었다

동화 엄마까투리 이야기를 관통하는 건 화염에도 끝까지 새끼를 품는 모성애다.

그 따뜻한 상징은 지난해 안동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공교롭게도 작년 3월 초대형 '괴물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이 권정생 동화 나라 공터에도 들어섰다.

동화가 탄생한 공간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누군가를 위한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현실은 권정생 문학이 평생 이야기한 생명 나눔, 약자를 향한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최윤환 권정생 동화 나라 관장은 "동화 속 엄마까투리가 화마 속에서도 새끼를 품었듯이 권정생 선생의 문학이 태어난 공간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을 품는 장소가 됐다"며 "동화는 끝났지만, 엄마까투리가 품었던 '둥지'의 의미는 지금도 안동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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