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은
| 2026-07-11 07:11:01
[로컬의 재발견]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로 울산 거듭난다
유네스코 등재 1주년, 산업도시에서 역사문화 관광 메카로 변모 꾀해
인간과 자연이 만든 걸작…신석기 이후 6천년 우리 역사·문화 집약
'세계의 보물' 찾는 내외국인 발길 꾸준…보존·홍보와 함께 문화관광 명소화 앞장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나 비로소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울산광역시에 있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일컬어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라고 말한다.
'국보 중의 국보'라고 불리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사람들의 고래잡이 모습을 기록한 독보적 유적이다.
지금부터 1년 전인 2025년 7월 12일,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결정된 날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유산"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문화 관광 메카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은 거대한 역사 교과서와도 같은 세계유산을 품으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알리는 등 문화 변방에서 중심지로의 발돋움을 기대한다.
◇ '국보 중의 국보' 반구천의 암각화,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대한민국 17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 국보의 정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된 세계유산은 대한민국 남동쪽 해안 울산 울주군 대곡천(옛 명칭 반구천) 약 3km에 걸쳐 층층이 쌓인 절벽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암각화에는 기원전 5천년부터 서기 9세기까지 약 6천년간 여러 세대에 걸쳐 제작된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이 3차원(3D) 스캔 도면, 실측 자료 등을 분석해 2023년 펴낸 도면 자료집에 따르면 총 312점의 그림이 확인된다.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잘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에 묘사된 고래만 50마리 이상이다.
기록된 문자가 없던 신석기 시대 한반도인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도구를 썼으며, 어떻게 협동하며 살았는지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유산이라고 한다.
1년 앞서 1970년 발견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 떨어져 있고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우리 역사·문화가 집약된 유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세계의 보물' 찾는 관람객 이어져…내외국인 방문 지속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계의 보물로 등극하면서, 이제 울산을 찾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들러봐야 할 역사문화 관광을 위한 핫플레이스가 됐다.
세계유산 등재 전에도 찾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인류가 지켜야 할 유산을 직접 눈에 담으려는 방문객 발길이 이어진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소개하는 암각화 박물관 관람객 현황을 보면, 2008년 5월 30일 개관 이후 올해 6월 7일 기준 누적 160만7천958명이 방문했다. 이 중 외국인이 2천677명이다.
방문객이 적을 때는 한 해 3만∼4만 명대도 있었지만, 대부분 8만∼10만 명대를 유지하며 사람을 이끌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전후 11개월을 비교하면 6만6천729명에서 10만5천679명으로 58.4% 증가했다.
외국인 관람객도 꾸준한데, 수치가 나온 2020년부터 106명, 2021년 146명, 2022년 191명, 2023년 173명, 2024년 651명 2025년 1천51명, 2026년 6월 현재 359명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 지정 이후 반구천의 암각화와 연계한 다양한 행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찾는 대규모 행사로는 오는 19∼29일 부산 벡스코 일대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연계한 '현장 관리자 포럼'이 오는 17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와 반구천의 암각화 일원에서 열려 전 세계 세계유산 현장 관리자 100여 명이 한꺼번에 찾는다.
◇ "글로벌 역사문화 관광 명소로 거듭난다"…세계암각화센터도 건립
울산시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소중한 바위그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역사관광 명소로 조성하는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5대 전략 분야, 22개 핵심 사업에 나선다. 시는 먼저 반구천의 암각화 문화유산과 시설물에 대한 브랜드 디자인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2030년 목표로 암각화 보존관리·연구·전시·교육 등을 아우르는 복합공간으로 반구천 세계암각화센터를 건립하고 세계유산 표지석을 제작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구천 일원 문화유산과 경관 명소를 연결하는 역사문화 탐방로 조성을 위해서는 175억원을 투입한다.
방문객이 늘어나자 지난 4월부터 올해 말까지 무료 순환버스를 운영하고, 조만간 인공지능(AI) 기반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확장현실(XR) 망원경을 세우고, 내년부터는 야간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경관 조명도 설치한다.
홍보를 위해서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울산시와 남울산우체국이 협업, 대한민국 우표 규정에 따른 반구천의 암각화와 관련된 암각화 문양과 사진 등 총 14종의 이미지를 담은 맞춤형 우표를 제작·발행한다.
이밖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를 기념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국가유산 기념주화 2종 중 하나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선정돼, 2천개가 한정 발행된다.
이를 통해 반구천의 암각화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전경술 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11일 향후 계획과 관련해 "반구천의 암각화를 지속 가능한 보존과 체계적 관리 속에서 누구나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열린 세계유산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시민 중심 관람 환경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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