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 재심 대상 1천50명 중 864명 재심 이뤄져"

2기 진실화해위 현황 조사…검찰 직권 재심청구 후 형사보상 청구 91명 그쳐

김치연

| 2022-02-24 07:10:00

▲ 진실화해위원회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긴급조치위반 인원수 및 재심 현황 [진실화해위 자료집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긴급조치 위반 재심 대상 1천50명 중 864명 재심 이뤄져"

2기 진실화해위 현황 조사…검찰 직권 재심청구 후 형사보상 청구 91명 그쳐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박정희 정권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 1·4·9호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후 재심 대상자가 된 피해자 중 80% 이상이 재심이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최근 1기 진실화해위에서 수집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관련 자료를 보완하고 추가로 자료를 확보해 이런 결과를 담은 자료집을 발표했다.

진실화해위가 대검찰청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긴급조치 1·4·9호를 위반한 1천204명 중 무죄 및 면소판결을 받은 154명을 제외한 재심 대상자 1천50명 가운데 재심이 이뤄진 인원은 864명이었다.

재심 중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건수는 205건(218명)에 달했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된 형사사건에 재심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나 법정대리인, 유족뿐만 아니라 검사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직권 재심사건 판결 후 피해자들이 형사보상을 청구한 경우는 전체 직권 재심 인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91명에 그쳤다.

진실화해위는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이 선고된 피해자들이 통상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해왔던 점을 보면 무죄 선고 뒤 형사보상 청구를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만 제기했을 수 있지만, 긴급조치위반 피해자들이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에 대해 알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1기 진실화해위에서 내린 긴급조치 위반 사건 진실규명 결정을 국가가 나서서 직권 재심을 청구한 것은 평가할만하나 아직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는 것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향후 전시·비상사태 때 긴급조치 같은 인권 침해성 비상 입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권 친화적인 제도 정비를 과제로 제시하고, 국가가 긴급조치 발동과 집행에 대해 공적으로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긴급조치는 1972년 개헌된 유신헌법 53조에 규정돼있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특별조치를 말한다. 긴급조치는 1974년 1월 8일 긴급조치 1호를 시작으로 총 9차례 공포됐다. 긴급조치에는 대한민국 헌법 부정·비방 행위 금지, 유언비어 날조·유포 금지 등 내용이 담겼다.

2010년 12월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긴급조치 1호가 위헌·무효라는 결론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2013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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