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허구 넘나들며 권력에 던지는 질문…우마 라시드 개인전

리안갤러리 서울서 내달 17일까지…가상 역사 연작 네 번째 장
관광·스포츠·브랜드 등 소비 문화 이면의 권력과 통제 탐구

박의래

| 2026-09-03 07:01:01

▲ 우마 라시드 '전체주의의 시대 Ⅳ: 빵과 서커스의 슬로우 모션 카오스'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마 라시드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우마 라시드 작가가 지난달 31일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자기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9.03. laecorp@yna.co.kr
▲ 우마 라시드 '전체주의의 시대 Ⅳ: 빵과 서커스의 슬로우 모션 카오스'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마 라시드 '전체주의의 시대 Ⅳ: 빵과 서커스의 슬로우 모션 카오스'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마 라시드 작 '더 배틀 오브 롱비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 전시 된 우마 라시드 작 '더 배틀 오브 롱비치'.
▲ 우마 라시드 작 '디 에비앙 인시던트' [리안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실제 역사와 허구, 고대 신화와 현대 대중문화를 뒤섞어 가상의 역사를 구축해 온 미국 작가 우마 라시드의 개인전 '전체주의의 시대 Ⅳ: 빵과 서커스의 슬로우 모션 카오스'가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작가가 20여년간 이어온 '대안적 역사' 연작의 네 번째 장이다. 회화와 설치, 섬유 작업 등을 통해 관광과 스포츠, 휴양,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등 사람들이 즐기고 소비하는 문화의 이면에 있는 권력과 통제의 구조를 살핀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라시드는 가상의 제국과 국가, 인물, 사건을 만들고 실제 역사와 엮어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해 왔다. 프랑스와 영국을 결합한 가상 국가 '프랭글랜드'도 그가 만든 세계의 일부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라시드는 "역사는 물 같아서 여러 방향으로 흐른다"며 "아프리카의 슬프고 복잡한 역사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려고 밝게 표현했다. 재미와 유머를 더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라시드의 화면에는 채색 필사본과 세밀화, 우키요에를 연상시키는 평면적인 색면과 선명한 윤곽이 나타난다.

신화적 존재와 역사적 인물, 브랜드 로고와 대중문화 아이콘이 한 화면에서 만난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기호가 충돌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려진다.

관광지와 놀이공원, 휴양지처럼 즐거움을 위해 모이는 장소는 라시드의 작업에서 신화와 역사적 갈등이 침투하는 무대가 된다. 여가와 소비, 폭력과 통제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슈타르 게이트'는 고대 바빌론의 이슈타르 게이트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이다. 공상과학영화 '스타게이트'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업은 작가가 만든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라시드는 "게이트가 있으면 다른 도시로 넘어가는 과정이 생긴다"며 "이 게이트를 통해 내 작품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배틀 오브 롱비치'(The Battle of Long Beach)에는 검은 가면을 쓴 조로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힙합 그룹 N.W.A. 등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이 등장한다. 스페인 제국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전쟁을 벌인다는 가상의 설정에, 우주에서 온 자동차까지 더해졌다. 작가는 역사와 대중문화, 상상을 뒤섞어 전쟁과 정복의 서사를 낯선 풍경으로 바꾼다.

이번 전시 포스터로도 사용된 '디 에비앙 인시던트'(The Evian Incident)는 작가가 전시를 위해 가장 먼저 제작한 작품이다.

스키를 타는 사람과 술을 마시며 노는 사람들, 늑대와 매머드, 우주선, 고대 청동기와 신화적 존재가 한 화면에 들어선다. 평화로운 휴양지처럼 보이는 장면이지만 화면 곳곳에는 전쟁과 갈등의 징후가 배치됐다. 특히 생수 브랜드 에비앙은 소비재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라시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며 "내 작품 중에서 가장 평화롭고 구도나 내용, 색도 좋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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