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8-27 07:00:04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언어와 소통의 구조를 탐구해 온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 크리스틴 선(46)과 자연을 오랜 시간 관찰해 온 한국화가 김보희(74)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나란히 열린다.
김 크리스틴 선의 개인전 '달 마음'(Moon Mind)은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특정 형태로 재단된 캔버스) 회화를 비롯해 드로잉 등 30여 점으로 구성됐다.
그에게 달은 지구의 위성이기도 하면서 자신의 딸 이름(Dal)이기도 하다. 작가는 달과 마음을 하나의 화면 안에 놓고 시간과 과거, 가족,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뿌리를 함께 돌아본다.
마음은 고정된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형태를 바꾸며 움직이는 입체적인 존재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미국 수어에서 관자놀이를 가리키거나 두드리는 동작이 '마음'을 뜻하는 데서 출발했다.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 '달 마음'은 위아래로 분리된 두 개의 검은색 셰이프드 캔버스로 구성돼 있다.
위쪽 캔버스의 밑면은 아래로 오목하게 곡선을 그리고, 아래쪽 캔버스의 윗면은 위로 볼록하게 솟아올랐다. 짙은 검은색과 푸른 빛이 넘실거리는 화면에는 각각 흰 글씨로 '달'(MOON)과 '마음'(MIND)이 적혀 있다.
26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 크리스틴 선은 "캔버스 사이의 거리는 좁을 수도, 넓을 수도 있다. 설치자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며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라고 말한 백남준을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마인드 스트롱'은 거대한 검은 구 형태 안에 마음의 다양한 모습과 단단함을 담아낸 작품이다.
바위처럼 묵직한 검은 구의 상단에는 '마인드'(MIND)가, 아래쪽 좌우에는 '스트롱'(STRONG)이 새겨져 있다. 걱정과 두려움, 분노와 기쁨 등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마음을 오가지만, 그 영향을 받으면서도 마음의 본질은 온전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김 크리스틴 선은 "마음은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품지만, 그런 생각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온전히 구의 형태로 존재한다"며 "미국 수어에서 양손 주먹을 쥐는 동작으로 '스트롱'을 표현하는 것에 착안해 검은 구 아래 좌우에 '스트롱'을 두 번 적었다"고 말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 크리스틴 선은 농인 문화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소리와 언어, 권력과 접근성의 문제를 다뤄왔다. 미국 수어(ASL), 악보, 문자, 인포그래픽, 유머를 활용해 청인 중심 사회의 소통 규칙과 언어를 둘러싼 위계를 질문해 왔다.
김 크리스틴 선은 지난해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현대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 '파워 100'에서 34위에 올랐다.
김보희의 개인전 '투워즈: 빛이 있었다'(TOWARDS: There Was Light)도 같은 기간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40여년간 자연을 바라보고 기억해 온 회화 세계를 '빛'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제주 정원과 바다, 꽃과 열매, 반려견 레오 등을 담은 '투워즈'(Towards) 연작의 신작과 2022년 작 대형 회화 '더 데이스'(The Days) 등 약 30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어둠 속에서 처음 빛이 드러나며 세계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창조의 순간을 환기한다.
김보희에게 빛은 단순히 풍경을 밝히는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자연의 색을 드러내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노을이 지면 석양이 바닥의 흙까지 붉게 물들인다"며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말했다.
김보희는 제주에서 자연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풍경을 화면에 옮긴다. 화면 속 정원과 바다, 식물과 열매는 눈앞의 풍경인 동시에 오랜 시간 바라본 자연에 대한 작가의 감각이 담긴 장면이다.
그는 "제주에 살면서 보고 좋았던 것을 그대로 그렸다"며 "다 내가 좋아서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김보희는 동양화의 재료와 조형 원리를 현대 회화의 색면과 확장된 화면 규모에 결합해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 왔다.
한지와 캔버스에 안료와 물, 아교 등을 반복해서 입히고 말리며 색을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깊이와 시간성을 만들어낸다.
김보희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17년까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외교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기관에 소장돼 있다.
두 전시 모두 10월 1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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