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국보] ②"운문댐 물로 암각화 구하라" 정부 결정에도 난관 산적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암각화보존책 포함…울산시 "식수확보까지 동시 해결"
'식수원 공유' 대구·경북 설득 관건…도수관로 공사비, 물값 협상 등도 과제

허광무

| 2021-08-18 07:07:00

▲ 한정애 환경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6월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회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이날 의결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는 '운문댐을 활용해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물을 울산시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진 오른쪽은 송철호 울산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울산시청 앞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운문댐 물 공급이 확정됐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촬영 허광무]
▲ 지난 7월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주민설명회장 입구에서 대구 취수원 다변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을 위해서는 대구·경북지역의 이해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3D프린팅으로 만든 반구대암각화 실물 모형 [울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에 빠진 국보] ②"운문댐 물로 암각화 구하라" 정부 결정에도 난관 산적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암각화보존책 포함…울산시 "식수확보까지 동시 해결"

'식수원 공유' 대구·경북 설득 관건…도수관로 공사비, 물값 협상 등도 과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김용태 기자 =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방지를 위한 거의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대곡천 하류 지점에 있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임이 분명하다.

다만 그 명료한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울산시민 식수를 담은 '물그릇'을 아무 대책도 없이 비워버릴 수 없어서다.

역대 지방정부가 암각화 보존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언제나 그 전제로 '대체 식수원 확보'를 내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댐 수위 낮추기 대신 제시됐던 다양한 대안들은 모두 실패했고, 묘수를 찾지 못해 보낸 시간만 약 20년에 달하는 하세월이다.

그런데 최근 낭보가 들려왔다.

정부가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끌어와 식수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 대신 사연댐에 수문을 만들어 수위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운문댐 물은 울산시가 꾸준히 원해왔던 대체 식수원이기도 하다.

울산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는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반색하고 있다.

다만 해당 방안을 실현하기까지 앞에 놓인 난관과 가시밭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나온다.

◇ 정부, '운문댐 물 활용' 결정…"암각화 보존, 울산 식수확보 동시 해결"

문화재청은 대곡천 물길 변경이나 생태 제방 설치 등 인위적인 대책들이 암각화 주변 환경과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오직 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역대 지방정부는 그에 동의하면서도, 우선 시민 식수 확보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대체 상수원으로 꼽은 것이 '운문댐 물 하루 7만t'이다.

그러나 울산의 바람과는 달리 운문댐 물 사용은 대구·경북지역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여서 애초부터 그 성사를 기약하기 어려웠다.

또 7만t이라는 수량도 국토교통부가 2009년 수립한 '2025년 목표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반영된 것이어서 현재 여건과도 맞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운문댐 물 하루 7만t'은 막연한 희망 사항 정도로 치부됐고,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중 이 문제는 환경부가 주도하는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포함됐다.

암각화 침수 방지를 위한 실마리도 그 결정에 따라 좌우되게 됐다.

드디어 지난 6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회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이 의결됐는데, 여기에 운문댐 물을 활용해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는 방안이 담겼다.

통합물관리방안은 낙동강 본류 수질을 개선하고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정책이 주요 골자인데, '운문댐을 활용해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물을 울산시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암각화를 물에서 건지기 위해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가 최초로 정부 차원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울산시는 사연댐 수문 설치를 위한 최적 방안을 검토하고 하류 하천 영향을 분석하는 내용의 '사연댐 여수로 수문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을 내년 2월 완료 목표로 지난 5월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시는 방류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가로 15m, 세로 6m 규모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용역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수문 설치 방법, 수위 조절에 따른 용수 공급량 변화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환경부도 현재 '2035년 수도정비기본계획' 수립과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사업 비용과 적용 기술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물 공급체계 구축 용역'을 진행 중인데, 이들 연구에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구체적 방안들이 과제로 포함되기를 울산시는 바라고 있다.

꽉 막혔던 '암각화 보존'과 '울산 식수 확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된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운문댐의 맑은 물을 울산에 공급받는 동시에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울산시민이 그토록 염원해 온 반구대 암각화 보존도 가능해졌다"라면서 "그동안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분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암각화 보존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 지자체 합의, 막대한 사업비…실마리 찾았지만, 현실적 난관 산적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운문댐 물을 활용한다'는 정부 결정은, 그동안 울산시와 시민들의 마음고생을 고려한다면 전향적이고 환영할 만한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결정만으로 당장 암각화 보존이 실현될 것처럼 낙관하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만만치 않다.

중요한 실마리를 찾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엉킨 실타래들이 적잖은 셈이다.

우선 이번에 마련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는 '2028년까지 취수원을 다변화해 먹는 물 불안을 해소한다'는 내용 중에 '운문댐 물을 울산시에 공급한다'는 짤막한 대원칙이 포함됐을 뿐, 구체적인 수량이나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 '취수원 다변화 사업 추진 시 착공 전까지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주민 동의를 구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운문댐 물 공급의 가장 큰 관건이 될 지역 간 갈등이나 주민 반발 문제는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청도에 있는 운문댐은 대구 수성구와 동구 지역의 주요 식수원이자, 청도 일부 지역 등에도 식수를 공급한다.

그러나 가장 최근 2018년에는 가뭄으로 댐 저수율이 떨어져 대구지역 물 공급이 중단됐을 정도여서, 이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대구·경북지역 여론이 달가울 리 없다.

더구나 그동안 '하루 7만t 정도'로만 알려졌던 하루 필요 수량도 현재 울산의 물 사용량에 근거해 다시 산정하면 적잖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 결정으로 운문댐 물 활용에 대한 명분은 생겼지만, 그 실현 과정에서 예상되는 높은 파고는 울산시가 키를 쥐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운문댐 물 공급 합의라는 큰 산을 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보다 현실적인 난관들도 있다.

먼저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기 위한 도수관로는 그 연장이 최소 25㎞에 달해 공사비도 2천억∼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비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정부의 통합물관리방안 추진으로 낙동강 전역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운문댐 물 공급이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문댐에서 가져다 쓰는 물값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울산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 낙동강 물을 끌어와 사용하는 대가로 한해 150억∼200억원의 원수 대금을 지불하고 있는데, 시는 이 수준 금액으로 운문댐 물을 사용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

특히 사용료 외에 상수원 상류 지역 주민 복지 증진과 수계 수질 개선 등을 위해 조성하는 '수계관리기금'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사용료 인상과 수계관리기금 부담은 울산시민의 상수도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어림잡아 추산해도 연간 시민 1명당 1천원 이상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는 전망하고 있다.

'사연댐 수문 설치 완료' 시점과 '운문댐 물 공급' 시점 간 시차가 울산지역 식수 공급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운문댐 물은 이르면 2028년 울산에 공급되지만, 자치단체 간 협의나 공사 차질 등 적잖은 변수를 고려하면 더 늦어질 공산이 있다.

그런데 사연댐 수문 설치는 관련 용역 완료와 계획 수립 후 착공하면 2025년께 완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시 말해 사연댐 수문을 먼저 만들어 물을 빼낸다면, 운문댐 물이 공급되기까지 최소 수년간은 돈을 내고 낙동강 물을 받아 써야 하는 처지를 면하기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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