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 2026-07-08 07:00:04
첫 'K-컬처 석사' 필리핀 유학생…"K팝 한국적 요소 지키길"
성신여대 아비게일 자스민 랴모 씨…韓·필리핀 K팝 콘서트 소비 분석
"한국보다 비싼 필리핀 티켓값…가격 균형에 문화적 감수성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전 세계에서 한류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국내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K-컬처·엔터테인먼트학 석사'가 배출됐다.
예술경영·문화산업·언론정보가 아닌 'K-컬처·엔터테인먼트'를 학위명에 넣은 첫 사례로, 그 주인공은 내국인이 아닌 필리핀에서 온 유학생 아비게일 자스민 랴모(29) 씨다.
랴모 씨는 '한국과 필리핀 K팝 팬덤의 콘서트 소비와 주최사의 기획 전략'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성신여자대학교 K-컬처·엔터테인먼트전공 석사 학위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7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랴모 씨는 "2010년께 샤이니로 K팝 팬이 돼 엑소, NCT 드림, 세븐틴 등을 좋아했다"며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K팝 콘서트 관련 실무 경험을 쌓고 싶다. 언젠가 공연 감독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데라살 대학교에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전공한 그는 한국 유학의 꿈을 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2024년 처음 개설된 K-컬처·엔터테인먼트 전공 1호 입학생이 됐다.
1억명이 넘는 인구를 거느린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주요한 K팝 시장 가운데 하나로, 현지 보이그룹도 많이 생겨났지만 한류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랴모 씨는 "K팝은 듣는 재미에 더해 화려함에서 나오는 보는 재미까지 있어 필리핀 대중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이 소비되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한국적인 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차별화했으면 한다. 한국적인 요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에서 양국의 K팝 팬 100명씩 총 200명과 전문가 10명씩 총 20명을 설문해 한국과 필리핀에서의 K팝 콘서트 소비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티켓 1장 평균 지출액은 한국의 경우 16만∼20만원이 38.0%로 가장 많았는데, 필리핀은 25만∼37만원이 45.0%로 가장 많았다. 필리핀에서의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이 한국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한 필리핀 현지 공연 전문가는 "현지 공연의 좌석 등급이 지나치게 세분돼 있어 가격 부담을 높이고 있다"며 "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격 상한선과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랴모 씨는 이에 관해 "필리핀에서 공연 티켓에 매기는 오락세(Entertainment Tax)는 20∼30%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이 30만원이라고 한다면, 이는 현지의 누군가에게는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액수일 수 있다. 현지 프로모터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관객에게 지나친 부담은 지양하는 균형 잡힌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의 K팝 콘서트를 모두 경험해 봤다는 그는 "한국은 티켓 가격이 저렴한 대신 예매가 어려웠다"며 "필리핀은 가격이 비쌌지만, 공항 배웅회나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처럼 한국에는 없는 다양한 VIP 패키지 혜택이 있었다"고 비교했다.
랴모 씨는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K팝 한류를 위해서는 세심한 문화적 배려와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돌 스타가 무심코 입은 티셔츠 속 외국어 문구나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팬덤의 규모나 열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절한 가격 책정, 공정한 예매 과정, 안전한 현장 운영, 팬 참여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K팝 콘서트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팝 아이돌은 필리핀과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팬들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춘 문화적 감수성 교육도 이뤄진다면 K팝은 더욱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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