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 2025-11-19 07:00:02
"음악에는 나이 없어…한국 재즈 활활 타오르고 있죠"
김준·최선배·웅산·이정식·마리아킴 등 한국 재즈 1∼3세대 총출동
21일 마포아트센터 공연…"음악인이라면 도전과 창조 필요, 국악과 재즈 접목"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천에서 멀지 않은 한 지하 음악 연습실. 넓지 않은 이곳이 연주자들로 소란스러워졌다.
드럼, 색소폰,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와 가을에 잘 어울리는 묵직한 목소리가 하모니를 빚어냈다. 연습실 문이 열리자 한국 재즈를 떠받치는 익숙한 얼굴의 뮤지션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한국 재즈 1세대 보컬리스트 김준, 반세기 드럼 외길을 걸은 김희현, 한국재즈협회 회장을 맡은 재즈 디바 웅산,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탱고와 재즈를 넘나드는 아코디어니스트 정태호, 이 시대 가장 주목 받는 한국 재즈 뮤지션 마리아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모인 것은 2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세대를 아우른 '2025 재즈 올스타즈' 연습 때문.
한국 재즈의 토양을 닦은 1세대 김준·최선배·김희현, 전성기를 연 2세대 웅산·이정식·정태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3세대 마리아킴·강재훈·신동진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 재즈 역사의 산증인들을 한 자리서 만나는 콘서트다.
출연자 가운데 최고참인 김준은 "후배들과 같이 무대에 오른다고는 하지만, 음악에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재즈라는 음악으로 공감대를 이룬 사람들끼리 모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63년 당대 인기 그룹 쟈니브라더스의 멤버로 데뷔해 지금까지 회자하는 '빨간 마후라'라는 히트곡을 남겼다. 1963년에는 서울 워커힐 개관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의 무대를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올해 여든다섯의 나이에도 60년 이상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을 묻자 "1960년대 재즈 음악을 시작하면서부터 오리지널(원곡)을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해왔을 뿐"이라며 "음악은 죽을 때까지 하는 게 목표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삶이 곧 음악이다. 지금도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생각하고, 일기를 쓰듯 매일 곡을 쓴다"며 "지금까지 약 3천곡을 모아 놓았다. 오늘 나누는 이런 대화도 곡의 테마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웅산은 "2025년의 마지막을 K-재즈 올스타즈로 함께하게 돼 기쁘다"라며 "우리가 모여 함께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즈 본연의 자유와 도전정신을 통해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음악적 언어로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앙상블을 선보여 감동을 주는 것은 위대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3세대 재즈 대표 주자 마리아킴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웅산을 찾아와 제자가 된 인연이 있다. 이번 공연을 이처럼 사제 간이 함께하는 무대인 셈이다.
웅산은 "요즘 세대의 재즈는 주류의 공식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어서 들을 때마다 나도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다"라며 "대한민국 재즈 신은 아주 탄탄해지고, 단단해지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고 말하며 뿌듯해했다.
출연진들은 공연을 통해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 '원 노트 삼바'(One Note Samba), '아이 캔트 스탑 러빙 유'(I can't stop loving you) 등 널리 알려진 명곡을 들려준다.
마리아킴은 "요즘은 많은 분야에서 한국 문화가 조명받는 시기다. 저도 미국 레이블 라 리저브와 함께하며 베니 베넥 3세, 애런 시버, 루이스 내시, 로드니 휘태커, 울프 바케니우스, 그랜드 스튜어트, 데이비드 왕 등 뉴욕 연주자와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들도 한국을 찾을 때마다 좋은 공연자·연주자·관객에 감탄하고 돌아간다. 이렇게 멋진 한국 재즈가 전 세계적으로 보다 많은 분께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하러 가면 제 또래의 관객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경험한 세대들"이라며 "재즈도 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담고 있는 음악이다. 이러한 두 가지 미학을 모두 담고 잘 전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통 재즈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악 요소를 접목한 무대도 눈에 띈다. 대금 연주가 한충은이 스페셜 게스트로 나서 출연진들과 '아리랑 블루'·'토끼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정식은 "예전에는 재즈와 국악의 접목을 시도하면 이상한 눈으로 봤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여긴다"며 "음악인이라면 늘 도전하고 새로 창조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것을 재즈와 접목해 해외에서 연주해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한충은도 "K팝이 전 세계에 퍼졌듯이 우리도 이 시대에 맞는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을지 고민한다"며 "이런 식으로 노력한다면 10년, 50년, 100년 뒤에는 K-재즈도 세계의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리듬 못지않은 보석 같은 장단이 있지요. K-푸드·건축·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뜬 것처럼, 우리의 굿거리장단을 재즈화 시켜서 한국적인 재즈를 연주해 보고 싶어요." (김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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