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김초엽도…'전자책 먼저 내고 종이책 발간' 트렌드 확산

밀리의서재·리디 등 유명 작가 신작 공개…브런치는 작가 등용문
'달러구트 꿈 백화점'·'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히트작 잇달아
"작가들, 젊은 독자와 소통·출간 전 반응 살피고 홍??

이은정

| 2022-08-04 07:00:03

▲ 김영하 작가와 김초엽 작가(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러썸크리에이티브 홈페이지]
▲ 김영하의 '작별인사',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 표지
▲ 전자책으로 먼저 공개된 뒤 종이책으로 출간된 베스트셀러 (서울=연합뉴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왼쪽)과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표지.
▲ 브런치가 낳은 베스트셀러 [브런치 제공]

김영하·김초엽도…'전자책 먼저 내고 종이책 발간' 트렌드 확산

밀리의서재·리디 등 유명 작가 신작 공개…브런치는 작가 등용문

'달러구트 꿈 백화점'·'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히트작 잇달아

"작가들, 젊은 독자와 소통·출간 전 반응 살피고 홍보 효과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작가들이 신작을 낼 때 종이책 출간에 앞서 전자책으로 먼저 선보이는 방식이 확산하면서 출판계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신예 작가들이 전자책 출간을 거쳐 펴낸 종이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가 잇따르면서 유명 작가들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전자책이 작가의 등단 통로가 되거나 문학잡지 같은 지면을 대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인기 작가들, 전자책 먼저…신예 작가 베스트셀러도 나와

김초엽 작가는 지난달 신작 단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를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했다. 이 작품은 밀리의서재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한 한정판 종이책으로 오는 8일 출간된다. 김 작가는 10만 부 이상 팔린 첫 장편 '지구 끝의 온실'도 같은 플랫폼에서 먼저 선보였다.

올해 5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순위 1위로 직행한 김영하 작가의 장편 '작별인사'도 전자책으로 먼저 나왔다. 2020년 밀리의서재에서 공개한 원고지 420매 분량의 소설을 800매로 전면 개작해 펴냈다.

이정명의 '부서진 여름'과 김중혁의 '내일은 초인간' 등도 종이책 출간에 앞서 전자책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지난 3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주 가파도에서 3개월가량 살며 쓴 에세이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를 밀리의서재에서 연재했다"며 "연재 작품에 여행과 생활 등 이방인의 기록을 추가해 내년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先) 전자책, 후(後) 종이책' 흐름을 견인한 화제작으로는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꼽힌다. 무명이던 이들 작가는 문학상을 통한 등단이나 대형 출판사 도움 없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던 이 작가의 첫 소설로, 크라우드 펀딩을 거쳐 콘텐츠 플랫폼 리디(구 리디북스)에서 공개됐다. 독자들 요청에 2020년 1권, 지난해 2권이 출간돼 통합 100만 부 판매를 달성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역시 LG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황 작가가 2019년 카카오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서 연재하고 지난해 밀리의서재에서 공개됐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란 호응에 힘입어 올해 1월 종이책으로 출간돼 10만 부 넘게 팔렸다.

◇ 전자책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독자 저변 확대·사전홍보 이점

히트작이 나오고 작가 참여도가 높아지자 전자책 플랫폼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9월부터 김연수, 천선란, 임경선, 이석원 작가의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리디도 지난해 6월부터 오리지널 소설 브랜드 '우주 라이크 소설'을 기획해 인기 작가들의 신작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심너울의 '달에서 온 불법 체류자'와 '내 손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전건우의 '희생양', 조예은의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황모과의 '피스타운' 등이다. 이중 '달에서 온 불법 체류자'는 영상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등록 작가만 5만 명인 브런치는 이미 유망 창작자를 발굴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부터 브런치 연재 작품을 대상으로 매년 종이책 출판 공모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콜센터의 말'과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등 제9회 대상 수상작 10편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175권의 종이책이 나왔으며,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를 비롯해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김혜령의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정지음의 '젊은 ADHD의 슬픔' 등의 베스트셀러를 낳았다.

플랫폼 관계자들은 작가들의 전자책 선호도가 높아진 배경으로 독자 저변 확대와 사전 홍보, 적은 제작 비용과 시간 등을 꼽았다.

이성호 밀리의서재 콘텐츠기획운영팀장은 "20·30세대가 전체 구독자의 절반가량으로 젊은 독자와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하면 정식 출판 전 사전 홍보가 가능하고, 연재형일 경우 독자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디 홍보실 관계자도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교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제작 기간도 짧다"며 "전자책을 먼저 유통하면 독자 반응을 살피고, 종이책 초기 출간 부수를 결정하는 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진입 '허들'을 낮추는 장점도 있다.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는 "쓸 때는 '대박이다' 했는데 아무도 안 내주니까 '출간할 작품은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했다"며 "브런치에 기록이나 남겨볼 심산으로 올렸다"고 했다.

브런치 사업부 관계자는 "디지털 창작 활동은 (종이책 출판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며 "저작물을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으로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독자 정보와 완독률 등을 분석해줘 작가들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