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혜
| 2026-09-12 07:01:59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추석 연휴를 보름가량 앞둔 요즘 제주 곳곳에서는 예초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로 벌초하는 풍습이 있는 제주에서 가족 친지가 날짜를 잡고 모여 조상 묘를 단장하는 시기다.
제주는 예로부터 벌초를 중요시했다. '추석 전에 벌초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에 찾아온다', '제사 안 한 건 몰라도 벌초하지 않은 것은 남이 안다'는 등의 속담이 있을 정도다.
특히 제주에는 직계 조상의 묘를 돌보는 것은 물론 문중 친족들이 모여 선대 묘를 벌초하는 '모둠벌초' 문화가 있다. 집안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제주도 외에 사는 친족들도 벌초 날에 맞춰 제주를 찾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벌초방학'을 운영하는 학교들도 있었다. 학생들도 벌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임시휴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곳곳에 흩어진 조상 묘를 찾아다니며 벌초하느라 여러 날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묘를 한곳으로 모아 이장한 집안도 있고,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올해는 8월 하순부터 더위가 꺾이면서 9월 초를 전후로 이미 벌초를 마친 집들도 많고, 음력 8월 1일이 갓 지난 이번 주말 벌초 일정을 잡은 집안들도 있다.
벌초할 때는 예초기나 낫을 이용하다 보니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지난 주말에만 해도 토요일(5일)에 5명, 일요일(6일)에 2명이 예초기 사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처치받고 병원에 이송됐다.
대부분이 다리나 손 등에 열상을 입은 경우다. 이 중 4명은 깊게 베여 중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벌초 등 예초 작업 중 안전사고가 7건 발생해 이 가운데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벌초 철을 맞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 21일부로 '벌초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해 안전관리 중이다.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제주에서 벌초 작업 중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178건으로, 사망자는 없었으나 178명이 다쳤다.
원인별로는 예초기 등 농기계·기구 사용에 따른 사고가 78건(43.8%)으로 가장 많았으며 질병, 낙상·부딪힘 등도 있었다.
특히 예초 작업 중 베임 등 열상 환자가 많아 장비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7시부터 12시 사이 사고가 집중됐다. 또한 예초기 등 장비 사용이 많은 40∼60대의 사고 발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예초기나 낫을 사용할 때는 장갑과 보안경 등 보호 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작업 중 주변 사람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작업 전 장비 상태와 주변 돌·나뭇가지 등 위험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베임 사고가 발생하면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로 상처 부위를 눌러 지혈해야 한다. 상처가 깊거나 출혈이 심한 경우 등에는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진드기 물림이나 벌 쏘임 등에도 주의해야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서두르지 말고 안전 장비를 갖춰 작업하고, 부상 시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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