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8-04 07:00:04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렇게 많은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됐을까요? 고통의 원인을 개인의 삶에 국한해서 찾으려고 하지만 그게 맞을까요?"
미디어 아티스트 함양아 작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위기 등 오늘날의 세계에서 그가 생각하는 고통의 원인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었다.
그는 연필로 그린 드로잉 위에 수많은 인물 군상의 영상을 더하는 콜라주(여러 물질을 잇대어서 하나의 형태를 완성하는 기법) 형식으로 거대한 사회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와 신자유주의 제도의 형성 과정을 추적했던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18년 시작한 프로젝트는 2019년에야 '1.0'과 '2.0' 두 가지 버전으로 결실을 봤다.
이렇듯 현대 사회의 정치·경제·환경 구조 안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이야기에 주목해 온 그가 최근 새로운 작품을 완성했다. '4.0' 버전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전시는 함 작가가 2018년부터 선보여 온 '연구' 프로젝트를 조망한다.
최근 완성한 대규모 영상 설치 작품을 비롯해 '잠'(2015∼2016), '주림 2.0'(2023),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2021∼2022) 등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지난 8년간 축적된 장기 예술 연구 프로젝트의 궤적을 총망라한 전시"라며 "그간의 전개 과정과 사유의 깊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의 중심이 되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은 거대한 원형 구조의 화면 위로 총 7가지 이야기를 담은 8채널 비디오 영상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화장한 재를 바다에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상은 금융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변화와 개인의 모습을 22분간 펼쳐낸다.
함 작가는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원형 구조와 관련, "사람들이 들어갔을 때 그 안에 포함되고, 마치 광장처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에서는 불평등, 양극화를 주로 다뤘다면 4.0에서는 확장된 시각에서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몸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고 전작과 차별화된 지점을 설명했다.
또 다른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는 색다른 시도다.
세계 각지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밝힌 영상을 '일상생활', '제도', '사회심리', '자연', '과학과 기술' 등을 주제로 재구성했다.
작가는 '디지털 가드닝'(Digital Gardening) 개념에 기반한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함 작가는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의 심화"라며 "(갈등 해결을 위해) 적어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은 함 작가가 탐구해 온 지난 8년간의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2014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비극적 사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작한 비디오 설치 작업이다.
시민들이 운동하는 복지 공간인 체육관이 재난 상황에서 임시 대피소로 어떻게 바뀌는지, 그 안에 내재한 사회 시스템은 무엇인지 등을 영상으로 비춘다.
이번 전시는 16년 만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함 작가의 개인전이다.
아트선재센터 관계자는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사회 시스템과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과 작업 궤적 등을 다각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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