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자연과 기억을 겹겹이 쌓다…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물감을 덧바르고 걷어내며 풍경과 기억의 층위 그려내
화이트 큐브 서울서 국내 첫 개인전 '편린'…신작 14점 소개

박의래

| 2026-08-30 07:01:01

▲ 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편린' 전시 전경 [화이트 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편린' 전시 전경 [화이트 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리나 라인간츠 작 '미오페' [화이트 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리나 라인간츠 작 '피파' [화이트 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편린' 전시 전경 [화이트 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리나 라인간츠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전시를 위해 내한한 마리나 라인간츠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8.30.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브라질의 자연 풍경과 유년기의 기억을 색과 형태의 층위로 풀어내는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43)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다음 달 1일부터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의 개인전 '편린'을 개최한다. 작가가 지난 1년간 브라질 상파울루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신작 14점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브라질 아라라콰라에서 태어난 라인간츠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부분을 가족이 소유한 농장을 오가며 보냈고, 이 경험은 작가의 삶과 작업 세계를 형성한 중요한 배경이 됐다.

라인간츠는 고향의 자연과 현실 및 상상 속 장소에 대한 파편적인 기억을 회화와 섬유 작업으로 옮긴다.

하지만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수변 풍경과 식물, 실내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을 하나의 화면에 겹치면서, 특정 장소로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풍경을 만든다.

작가는 물감을 여러 차례 덧바르고 걷어내는 방식으로 화면을 완성한다.

색과 형태는 쌓였다가 흐려지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거나 사라진다. 이런 화면은 오랜 시간 침식과 퇴적을 거친 지형처럼 여러 겹의 흔적을 품는다. 형상도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은 채 변화의 가능성을 남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라인간츠는 "유화는 회화를 조각처럼 다룰 수 있게 한다"며 "서로 다른 표면과 질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유화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미오페'(Miope)는 식물을 연상시키는 파편적 형상을 섬세한 붓질로 펼친 작품이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형상과 안개 속에 잠긴 듯 흐릿한 부분이 한 화면에 공존하며, 관람객의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초점이 달라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복되거나 겹쳐진 일부 형상은 시야에서 멀어지는 이미지를 붙잡으려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오페는 포르투갈어로 '근시'를 뜻한다. 작가는 작품의 초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눈을 가늘게 뜨거나 감아보곤 했던 경험에서 제목을 얻었다.

라인간츠는 "안경을 쓰고 작품을 볼 때와 쓰지 않고 볼 때 화면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풍경 자체를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다, 어떤 장소를 느끼는 경험에 열려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파'(Pipa)는 포르투갈어로 '연'을 뜻한다. 공중에 떠 있는 연을 올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구성한 풍경을 보여준다.

연분홍빛 화면 중앙에는 구름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 자리하고, 주변에는 식물의 흔적 같은 요소들이 흩어져 있다.

처음에는 공중에 부유하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과 씨앗, 줄기와 꽃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드러난다. 지평선이나 앞뒤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사라진 풍경이다.

라인간츠는 "연을 날리는 일은 바람과 날씨, 풍경 속에서 노는 경험과 연결돼 있다"며 "어린 시절 연을 만들고 날리던 기억이 작품 제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페리키타'(Periquita), '카라콜'(Caracol), '타투라나'(Taturana)는 브라질 토착종에서 가져온 이름들이다.

물감을 캔버스에 스며들게 하거나 오일 스틱, 두껍게 쌓은 물감층을 함께 사용했다.

안료가 번지고 흘러내린 화면은 벗겨진 벽지나 시간이 흐르며 풍화된 프레스코화를 떠올리게 한다. 화면에 남은 물감의 흔적은 깃털과 털, 껍질, 광물 등 다양한 질감을 연상시킨다.

라인간츠는 "직물처럼 회화 안에 표면과 질감을 만들고 이를 풍경과 결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인간츠는 브라질 상파울루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2024)를 비롯해 ICA 밀라노, 프랑스 님 미술관, 네덜란드 포를린던 미술관, 일본 도쿄 니치도 컨템포러리 아트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 센터와 영국 테이트,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 피나코테카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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