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얼굴에서 반가사유상으로 돌아온 이종구…"둘이 아니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 내면으로 돌려"…반가사유상 통해 '불이' 구현
38점 회화 통해 '사유' 표현…학고재서 6월 20일까지

박의래

| 2026-05-21 07:01:00

▲ 이종구 개인전 '사유' 전시전경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종구 작 '사유_항마촉지2'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종구 작 '사유_생로병사2'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종구 나무 연작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종구 개인전 '사유' 전시전경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종구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종구 작가가 20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5.21. laecorp@yna.co.kr

농민 얼굴에서 반가사유상으로 돌아온 이종구…"둘이 아니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 내면으로 돌려"…반가사유상 통해 '불이' 구현

38점 회화 통해 '사유' 표현…학고재서 6월 20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작가 이종구(72)는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에서 농민과 농촌의 현실을 집요하게 그려온 작가다. 누런 양곡포대 위에 주름진 농민을 그린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개인적인 질병, 정년퇴임이라는 삶의 전환점을 겪으며 존재와 생로병사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그리지 않았던 반가사유상 작업으로 돌아왔다.

이종구 개인전 '사유'(思惟)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38점의 회화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영성을 탐구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외부 현실로 향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두 개의 캔버스를 하나로 붙인 작업이 많다. 두 개의 화면이 하나의 작품으로 결합되는 구조다.

한쪽에는 반가사유상이나 좌불상을 그리고 다른 쪽에는 자화상이나 흐르는 물, 불꽃, 황금 등을 그려 넣었다. 서로 다른 불상이나 반가사유상의 다른 면을 그리기도 했다.

작가는 "삶과 죽음, 고통과 평화, 인간과 자연이 서로 다른 게 아니고 의존하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관계"라며 "중생과 부처는 둘이면서도 둘이 아니다. 캔버스 두 개를 하나로 붙인 것도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이면서 둘인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을 회화로 구현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유_생로병사2'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한쪽에는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은 작가가 환자복을 입고 오른손으로는 수액 거치대를 잡고 있다. 다른 쪽에는 말쑥한 정장을 입은 작가가 서 있는데 오른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작가는 "환자일 때 살기 위해 링거를 잡고 있는 것처럼 퇴원하니 생계를 위해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잡고 있게 되더라"며 "이게 삶이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무 연작은 1천년이 넘은 고목들을 그린 작업이다. 거대한 나무 아래 아이와 중년, 휠체어에 몸을 맡긴 노인의 모습을 넣어 인류 보편의 생로병사를 한 폭의 풍경화로 펼쳐낸다.

진돗개와 반가사유상을 한 화면에 담아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지를 묻는 선종의 화두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이나 촛불을 바라보는 반가사유상을 통해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무무명'(無無明)을 표현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농민과 농촌 사회를 그려왔다.

그는 스스로를 "현장에서 그림으로 싸웠던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민중미술의 투사 같은 존재였지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는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내면에 있는 부처를 발견하면 전쟁이나 싸움도 없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달라진 생각을 드러냈다.

작가는 그림 작업도 노동이라고 생각하며 사진 같은 극사실주의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청와대에 걸려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도 그렸다.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전시는 6월 20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