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칠 땐 미술관으로…시원한 '여름' 전시들

청춘부터 휴가의 추억까지…회화·도예·설치로 만나는 계절의 풍경
청년 작가들의 여름과 피카소의 도예…성률의 수채화와 노충현의 바캉스

박의래

| 2026-07-25 07:00:01

▲ 성률 기획전 '여름을 닮은 우리' 전시 전경 [미디어앤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선우 작 '매달린 자장가'(왼쪽)와 '송신과 오류' [경기도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카소 도예: 발로리스의 여름' 포스터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성률 작 '휴일' [미디어앤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노충현 작 '원더풀 데이즈' [갤러리 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푹푹 찌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여름 방학과 휴가철도 막이 올랐다. 이럴 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한여름 풍경과 휴가의 설렘, 계절의 추억을 담은 전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25일 미술계에 따르면 여름을 주제로 하거나 여름의 정취와 계절의 감성을 담은 다양한 전시가 전국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개관 20주년 기념전 '우리의 여름에게'가 오는 9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에 담긴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가장 뜨겁게 빛나면서도 불안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청춘의 시간, 그리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삶의 한순간을 의미한다. 청년 작가 26팀이 회화와 설치, 미디어, 공예,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저마다의 '여름'을 펼쳐 보인다.

전시는 작품을 주제 별로 묶지 않고 각 작가의 세계를 독립적으로 보여주도록 구성해 관람객이 저마다의 '여름'을 자유롭게 발견하도록 했다.

김보경의 신작 '아칸서스 군락: 파도를 펼침 ver.3'는 서구 고전 건축의 장식 문양인 아칸서스를 소재로 바다를 건너 이동한 식물과 건축 양식의 역사를 추적한다.

제국주의 항로를 따라 퍼져나간 식물과 문화의 흔적을 콜라주 형식으로 풀어낸 화면은 출렁이는 파도를 연상시키면서도 그 이면에 담긴 이동과 혼종의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남다현은 유년 시절 살던 아파트를 기억만으로 복원한 설치 작품 '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를 선보인다. 싸이월드 화면이 켜진 컴퓨터와 생활용품 등 어린 시절의 풍경은 여름방학의 추억과 향수를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남프랑스 발로리스에서 시작된 피카소의 도예 여정을 담은 '피카소 도예: 발로리스의 여름'이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 작품 9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회화와 조각, 판화를 넘나든 피카소가 도자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펼친 실험을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 제목에 담긴 '발로리스의 여름'은 피카소 예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순간을 뜻한다. 피카소는 1946년 여름 휴가차 찾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발로리스에서 마두라 공방을 우연히 방문했고, 점토를 만지며 빚은 작은 조형물을 남기고 떠났다.

이듬해 다시 공방을 찾은 그는 구워진 작품을 보고 흙이 불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과정에 매료됐고, 이후 발로리스에 정착한 그는 항아리와 접시를 여인과 새, 황소 형상으로 변형하며 도예 실험에 몰두했다.

1953년 작 '투우'와 1955년 작 '황소'에서는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지는 여름 축제의 열기와 피카소 특유의 자유로운 조형 감각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그라운드시소 한남에서는 '성률 기획전: 여름을 닮은 우리'가 열리고 있다.

성률은 여름의 햇살과 바람, 초록 풍경을 맑은 색감으로 그려내는 만화가 겸 작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발표한 그래픽노블 '여름 안에서'로 2022년 일본국제만화상에서 한국인 최초 최우수상을 받았고, 에르메스와 유니클로, 네이버, 백예린, 이하이 등과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이번 전시는 원화와 드로잉, 영상 등 140여 점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해 소개한다.

햇살을 머금은 숲과 잔잔한 호수, 물결 위로 부서지는 빛, 짙은 나무 그늘과 거대한 구름 등 청량한 여름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작가는 실제 장소를 재현하기보다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계절의 기억과 청춘의 감정을 화면 위에 펼쳐낸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구름 연작'은 대형 캔버스와 영상 매핑을 결합해 끝없이 이어지는 여름 하늘을 구현한다. 화면을 가득 메운 구름은 어린 시절 하늘을 올려다보던 설렘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을 한 편의 청량한 여름 풍경 속으로 이끈다.

한여름 피서지 같은 풍경을 화폭에 담은 노충현 초대전 '해피 서머 데이: 갤러리 바캉스'가 서울 서초구 갤러리작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는 눈처럼 새하얀 벌판 위에 자리한 작은 집과 에메랄드빛 풀장, 구름 사이를 나는 비행기와 열기구, 고래 등에 올라앉은 마을 등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물놀이하고 부부가 춤을 추는 장면 사이로 나라 요시토모와 페르난도 보테로 등 친숙한 현대미술 캐릭터가 숨어 있어 숨은그림찾기 같은 재미를 더한다.

작가는 캔버스에 대리석 가루와 밀랍을 입히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화면 전체를 눈밭처럼 밝게 표현했다. 시원한 흰색 바탕 위에 푸른 물과 초록빛 나무, 가족들의 일상을 배치해 무더위를 잊게 하는 한여름의 바캉스를 그려낸다.

노충현은 2007년부터 '화목한 가정'을 주제로 행복과 축복을 그려온 작가다. 이번에 전시된 회화들은 무더위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상상의 피서지를 선사한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