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재즈로 듣는 저항가…미라바시 "예술은 변화의 씨앗"

내일 내한 공연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미라바시 인터뷰
저항가 앨범 '아반티!' 25년 만에 재녹음…"여유·자신감 생겨"
"재즈는 소수자의 대표 표현…AI 시대에도 창의성은 인간의 것"

이태수

| 2026-04-30 07:00:04

▲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미라바시 [Jon Verleyse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미라바시 [Jon Verleyse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오바니 미라바시 '피우 아반티!' 내한 공연 [플러스히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동절에 재즈로 듣는 저항가…미라바시 "예술은 변화의 씨앗"

내일 내한 공연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미라바시 인터뷰

저항가 앨범 '아반티!' 25년 만에 재녹음…"여유·자신감 생겨"

"재즈는 소수자의 대표 표현…AI 시대에도 창의성은 인간의 것"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재즈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 칠레 출신 음악 밴드의 콘서트가 열렸다.

칠레 피노체트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이 밴드는 '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라는 유명한 저항가를 불렀고, 당시 콘서트장에 있던 열여섯살 소년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이 곡을 연주해야겠어.'

세월이 흘러 피아니스트가 된 소년은 2001년 이 곡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유명 저항가를 재즈로 재해석한 앨범 '아반티!'(AVANTI!·앞으로!)를 내고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또다시 25년이 흐른 2026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앨범 전곡을 다시 녹음한 '피우 아반티!'(Piu Avanti!·더욱 앞으로!)를 내고 한국을 찾았다.

신보 발매일인 5월 1일 서울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내한 공연을 여는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미라바시(56)를 지난 28일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미라바시는 "재즈는 노예 제도에 신음하던 이들이 자유를 얻은 뒤 미국 뉴올리언스 같은 곳에서 다른 소수 민족 혹은 미국인들과 연결되면서 발전했다"며 "유럽 음악이 아프리카의 리듬 혹은 화성적 요소와 융합되면서 이 장르가 탄생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재즈는 소수자의 가장 대표적인 표현 가운데 하나였다. 절대 부자의 음악이 아니었다"며 "재즈는 늘 이런 사회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점이 내게는 매우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피우 아반티!'에는 '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빨치산의 노래'(Le Chant Des Partisans)와 '체리의 계절'(Le Temps Des Cerises) 등 각국의 저항가가 유려한 피아노 선율로 수록됐다. 이들 곡은 독재 혹은 파시즘에 맞서는 강인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음악 본연의 서정성도 잃지 않았다. 미라바시는 지난해 8월 단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앨범의 녹음을 진행했다.

그는 "제게는 (앨범을 처음 녹음했던) 2001년 당시에는 없던 솔로 연주자로서의 오랜 경험이 있다. 재즈 피아노 솔로 연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기 마련인데, 25년 동안 수천 번의 콘서트를 치른 저는 많이 변했다"며 "자신감이나 자유로움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녹음이란 그 순간의 연주를 담아내는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즈 연주는 그날그날의 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에 저희는 절대 같은 노트(음)를 두 번 연주하지 않는다. 제가 25년의 저보다 훨씬 잘 연주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초반 '아반티!' 앨범이 나온 이후 세계는 9·11 테러와 이에 따른 '테러와의 전쟁'으로 총성과 포화에 시달렸다. 사반세기가 지난 현재도 세계는 또 다른 전쟁을 겪는 중이다.

미라바시는 구체적인 정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음악('아반티!')을 다시 연주하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주는 세계의 정치적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멜로디와 리듬의 힘만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다사다난한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미라바시는 이 같은 물음에 잠시 생각하더니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바꾸는 데 이바지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예술은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데 기여한다"고 답했다.

"예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음악과 예술은 사람들이 세상에 눈을 뜨게 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죠. 결과적으로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는 반(反) 파시즘의 메시지가 담긴 '빨치산의 노래'를 예로 들며 "저는 숭고한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리를 통해 인간적인 가치를 옹호하려 하고,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연주하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 현재 그가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프랑스에는 나치 같은 파시스트나 독재 정권은 없다. 그러나 인간의 예술 활동을 빠르게 대체해 가는 인공지능(AI)의 파고는 새로운 위협이 됐다.

미라바시는 "우리가 이 광적인 AI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창의성과 예술이란 인간의 것"이라며 "기계에 예술을 하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음악의 진정한 기능은 '팔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며, 그것은 고유한 인간적인 영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차피 청취자는 AI 음악을 구별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를 AI로 복제해 낼 수 있겠느냐. 혹은 사랑을 AI로 대체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AI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청취자가 들을 노래를 '픽'해주는 세태에 대해서도 그는 "기계가 당신이 모르는 음악을 추천해준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실은 완전히 미친(Crazy) 짓"이라고 비판했다.

미라바시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새 앨범 '피우 아반티!'를 세계 최초로 라이브로 선보인다. 관객들은 약 100석 규모의 오붓한 공간에서 미세한 타건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앞서 여러 번 내한한 경험이 있는 그는 한국 팬들을 향해 "노동절이 한국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공휴일이 된 사실은 몰랐다"며 "노동절에 한국에서 연주하게 돼 매우 기쁘다. 제 공연에 꼭 와 달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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