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온통 블루' 괌 바다에 안기다

권혁창

| 2026-09-02 07:00:06

▲ 괌 투몬비치 [사진/권혁창 기자]
▲ 투몬비치 [사진/권혁창 기자]
▲ '비키니 아일랜드 클럽'에서 즐기는 제트스키 [사진/권혁창 기자]
▲ 비키니 아일랜드 [사진/권혁창 기자]
▲ 씨 워킹(Sea Walking) [사진/권혁창 기자]
▲ 씨 워킹(Sea Walking) [사진/권혁창 기자]
▲ 괌 남부의 우마탁 마을. 1521년 마젤란이 이곳에 상륙했다. [사진/권혁창 기자]
▲ 솔레다드 요새 [사진/권혁창 기자]
▲ 마젤란 상륙 기념비와 레인트리 [사진/권혁창 기자]
▲ 선셋 크루즈에서 본 괌의 석양 [사진/권혁창 기자]
▲ 패것 케이브 입구 [사진/권혁창 기자]
▲ 패것 케이브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사진/권혁창 기자]
▲ 괌의 전통문화 디너쇼인 '타오타오 타씨' [사진/권혁창 기자]
▲ 탕기슨 비치의 버섯 바위 [사진/권혁창 기자]
▲ 탕기슨 비치 [사진/권혁창 기자]
▲ 코코넛 야자나무 [사진/권혁창 기자]
▲ 괌의 야생 포인세티아(Wild Poinsettia). 붉게 보이는 부분은 꽃이 아니라 붉게 변형된 잎이다. [사진/권혁창 기자]

(괌=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 이 푸름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넋 놓고 바다를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바다는 내가 바라보기 전부터 나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알았다. 바다는 보는 것이 아니라 안기는 거라고.

괌의 바다를 보는 순간 잠시나마 모든 상념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다.

◇ 푹 쉰다는 건…

휴양지는 무조건 푹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지역에 대한 사전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아무 생각이 없을수록 좋다고. 실제로 괌에 도착해 숙소 옆 투몬비치를 바라보자 모든 잡념과 걱정이 날아갔다.

그런데 얼마 안 가 그 무념무상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옥빛에서 시작해 터키석블루, 코발트블루로 이어지는 괌 바다. 그 찬란한 블루 스펙트럼의 정체는 뭘까. 언제부터 누가 살았고, 어떤 사연들이 숨어 있는 건지.

결국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쉰다는 게 뭔지.

1990년대 중반 괌이 한국인들의 신혼여행지로 뜨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금으로부터 무려 4천년 전부터 차모로인들이 살았다는 건 몰랐다.

1994년 차인표·신애라 주연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괌 여행 붐이 일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지만, 1521년 마젤란이 세계 여행 중 괌에 상륙해 원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 새로웠다.

의도치 않게 괌 역사에 '급관심'이 생겼지만, 다음날 역사는 일단 접고, 숨 가쁜 액티비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괌 남부.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비키니 아일랜드 클럽'에 도착해 난생처음 제트 스키에 도전했다.

◇ '또 언제 해보겠어'

제트 스키는 뒷좌석에 타는 게 아니라 직접 운전하는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속도가 두려움이 된 지 오래였지만, 속도가 즐겁던 때에 대한 그리움을 치기 삼아 운전대를 잡았다. '또 언제 해보겠어'라고 또 다른 '나'가 부추겼다.

허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민트색 바다에 흰 포말이 경계를 긋는 순간, 몸은 열대의 바람을 가르며 허공을 날았다.

출렁이는 파도에 리듬을 맞춰 솟구침과 떨어짐이 반복됐고 그때마다 짜릿한 쾌감에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러댔다.

또 하나의 깨달음. 남이 만든 속도는 두려움이 되지만, 내가 만든 속도는 즐거움이 된다는 사실.

제트 스키에서 내린 곳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였다. 내려보니 무릎쯤 되는 깊이다. 여기가 '비키니 아일랜드'다.

오전엔 물에 잠기고 오후가 되면 뭍이 드러난다. 살짝 보일듯 말듯한 섬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사위가 온통 푸른 바다인데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꿈에서도 보기 힘든 몽환적 현실에 '조금만 더!' 그 자리에 있고 싶었다.

해본 적 있던 스노클링을 얌전히 마친 뒤 앉아 있는데 비키니 아일랜드 클럽 사장님이 씨 워킹(Sea Walking)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30㎏에 달하는 특수 헬멧을 쓰고 바닷속에 들어가는 데, 헬멧 안 공간으로 산소를 투입해 머리카락과 얼굴이 젖지 않은 상태로 바닷속을 걷는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다시 망설였고, 또다시 하기로 했다.

안경까지 쓴 채로 20분간 씨 워킹을 끝내고 나온 뒤 '유레카'를 연발했다. 지금껏 알던 세계는 반쪽짜리였다.

바닷속에 대한 묘사는 과감히 생략한다. 그 어떤 글도 사진을 넘지 못하고, 그 어떤 사진도 체험을 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 구원의 섬

1521년 괌 우마탁 마을에 상륙한 마젤란도 아마 '유레카'를 외쳤을 것이다.

그가 첫발을 내디딘 해안가에 마젤란 상륙 기념비가 있다. 비문엔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1521년 3월 6일 이 장소 부근에 상륙했다'고 쓰여 있다.

당시 100일이 넘도록 육지를 보지 못했던 마젤란 일행에게 괌은 '구원의 섬'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매년 3월에 마젤란 일행의 도착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선원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자가 필요했던 마젤란 일행은 차모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었고 물리적 충돌도 벌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마젤란이 괌을 발견했다거나 처음 상륙했다는 인식에서 서양인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과도 비슷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괌을 처음 발견하고 거주해온 건 당연하게도 차모로인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면 괌의 푸른 바다가 더욱 푸르게 보일 수도 있다.

마젤란 상륙 기념비 옆에는 레인트리(Raintree)로 추정되는 거대한 나무가 마치 흰색 기념비를 비웃듯이 우뚝 서 있었다.

괌 남부에 왔다면 기념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솔레다드 요새가 필수 코스다. 오르면 우마탁 마을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1800년대 스페인 함선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이 요새는 마젤란 상륙 이후 괌 역사를 이어 설명하고 있다.

1565년 스페인이 괌을 완전히 점령했고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으로 미국령이 될 때까지 괌은 330여년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던 것이다.

다음 일정은 저녁 식사가 포함된 선셋 크루즈(Sunset cruise).

그런데 서녘 하늘이 붉어지기도 전에 스콜이 몰려왔다. 우당탕탕∼ 한바탕 소란스러움이 쓸고 지나간 자리는 돌연 댄스 경연장이 됐다.

황혼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싸이 흠뻑쇼에 가까운 젊은이들의 떼춤이 달래줬다. 피하기 어려운 비바람은 신나게 맞아야 한다.

◇ 사족보행에 대한 보상

'패것 케이브(Pagat Cave) 트레킹'의 정체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준비물이 간단치 않다. 수영복, 구명조끼, 백팩, 아쿠아슈즈, 손전등, 긴소매, 긴바지, 모기 기피제, 선크림…

평범한 도롯가에 차를 세운 가이드는 "20분간 평지, 20분간 내리막, 20분간 사족보행"이라고 했다. 궁금증은 더 커졌다.

긴소매 옷 위로 모기 기피제를 마구 뿌린 뒤 숲으로 풍덩 들어갔다.

'2주간 흘릴 땀을 5시간 동안 다 흘릴 거다'라는 말은 엄포가 아니었다.

사족보행은 설치된 로프를 붙잡고 기어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은 닦을 수도 없었다. 도대체 열대의 태양은 얼마나 가까운 걸까.

그런데…. 젖 먹던 힘을 다한 직후 맞닥뜨린 풍경은 모든 걸 상쇄했다. 투몬 비치와는 또 다른, 푸르름의 원형 같은 괌의 바다.

극한의 더위와 사족보행에 대한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패것 케이브, 말 그대로 동굴에서의 황홀한 수영이 기다리고 있다.

안에 수영복을 입고 온 일행은 순식간에, 땀에 젖은 옷을 훌러덩 벗고 동굴 안 맑은 담수로 뛰어들었다.

수심 1.5∼2m의 천연 동굴 수영장. 나가기가 싫었다. 박쥐나 물고기, 벌레 등을 걱정했지만, 알칼리성분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물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반얀트리와 야생 소철이 열대 정글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그 밑으로 여우꼬리풀, 미모사, 오레가노, 부겐빌레아 같은 야생화 구경에 눈이 심심치 않다. 열대의 숲 한복판에 피어난 꽃이라니…

괌의 전통문화 디너쇼인 '타오타오 타씨'의 무대 배경은 해 질 무렵의 바다였다. 무대 장치가 아닌 진짜 바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이 천연의 무대는 스스로 모습을 바꾼다. 회색빛 바다·구름에서 오렌지색 석양으로, 다시 잿빛 하늘로, 끝으로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차모로인 복장을 한 배우들도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 탕기슨 비치

마지막 날, 자유시간을 이용해 탕기슨(Tanguisson) 비치로 향했다.

호텔 수영장에서 유유자적하겠다는 애초의 꿈은 '버섯 바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 너무 쉽게 접어버렸다.

그 유명한 '사랑의 절벽'에서 멀지 않은 이 해변에 가려면 차에서 내려 15분쯤 걸어야 한다.

그런데 그 15분이 쉽지 않았다. 물이 들어찬 해변은 낮지만, 거친 바위 숲 위를 암벽 등반하듯 전진해야 했다.

비치 곳곳엔 얼마 전 괌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으로 뿌리째 뽑힌 야자수가 나뒹굴고 있다. 인적도 거의 없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무인도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분위기다. 아마도 여기가 진짜 괌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휴양지 괌이 아니라 수렵하던 차모로족이 어울릴 것 같은 괌이다.

스페인에 이어 미국 지배를 받던 괌은 1941년부터 1944년까지 3년간 일본이 점령했다. 일본군은 탕기슨 해변을 포함한 이 지역 해안에 살던 차모로족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그리고 1944년 미국이 괌을 탈환할 때 일본군 패잔병들이 탕기슨 해변 뒤쪽 절벽 지대에 마지막까지 은신하며 저항했다고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지금 풍덩 온몸을 내던지고 싶은,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눈앞에 있는데….

[Information]

▲ 미국령인 괌은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여권 외에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여행허가서'(ETA)를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승인받아야 최대 45일간 체류할 수 있다.

전자여행허가서는 다음 링크로 들어가면 된다. https://g-cnmi-eta.cbp.dhs.gov/

▲ 괌 입국 때는 '전자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괌 도착 기준 72시간 전부터 작성할 수 있으며 가족이 함께 입국할 경우 대표자 1인만 작성하면 된다.

완료하면 생성되는 QR코드를 휴대전화 화면으로 스캔해서 저장한 뒤 입국 시 제시하면 된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괌 국제공항까지 거리는 약 3천㎞로 비행시간은 4시간∼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이 빠르다.

▲ 괌의 전압은 110V(60Hz)로 한국의 220V 가전제품을 사용하려면 '돼지코'라 불리는 110V용 플러그 어댑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많이 찾는 호텔 등 숙소에는 대부분 220V 콘센트가 설치돼 있고, 스마트폰 충전기, 노트북 등 대부분의 프리볼트(100V∼240V) 기기들은 그냥 꽂아서 사용하면 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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