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재
| 2026-08-01 07:00:03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비싼 유류할증료를 내고 스페인으로 여행 왔는데, 산불 연기 탓인지 하늘이 잿빛이네요."
값비싼 여행 경비를 내고 여름 성수기를 맞아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 남부지방에 도착한 여행자들의 우려스러운 반응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지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곳곳을 덮친 재난급 산불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화마로 인해 스페인과 프랑스 등 올여름 유럽 관광 시장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스페인의 경우 19년 만에 최악의 산불 피해가 발생하자 당국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일부 폐쇄하는 등 관광산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스페인은 마드리드, 톨레도, 아빌라 등 중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10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특히 스페인 아빌라에서는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이름난 농촌 관광단지와 시골 민박, 캠핑장 등에 전면 대피령이 내려졌다.
폭염과 산불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확산하자 주요 관광 명소들도 잇따라 문을 닫거나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자정이 넘도록 개방하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극심한 더위로 주말 오후 4시에 조기 폐장했으며,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도 관람 시간을 줄이고 예정보다 일찍 문을 닫아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콘서트마저 더위를 피하려 시작 시각을 늦췄고, 유명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는 사상 처음으로 일부 구간을 단축했다.
경제적 타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은 이번 폭염과 산불로 인한 노동 생산성 저하 및 관광업 타격이 겹치면서 향후 4년 안에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7%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으로 인한 유류할증료 폭등으로 변변찮은 실적을 냈던 국내 여행사 관계자들도 노심초사다.
올여름 성수기 유럽상품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했는데, 폭염과 산불이 더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산불이 장기화할지도 모른다"면서 "특히 고온과 함께 화재 연기로 인한 대기질 악화가 심각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재난 사태로 인해 남유럽 휴양지의 인기가 구조적으로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페인 현지 금융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극심한 폭염을 겪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유럽 수요가 많이 줄어 울상인데 유럽 폭염과 산불까지 괴롭히고 있다"며 "유류할증료가 다소 떨어져 수요가 늘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산불과 폭염이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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