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향기로로 물꼬 튼 속초 설악동 재건…다시 관광객 모인다

한때 전국 대표 관광지였지만 쇠락…체류형 관광지 전환 가속

류호준

| 2026-09-26 07:00:06

▲ 단풍으로 물드는 설악향기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설악산 문화시설(구 홍삼 체험관)' 복합문화센터 [촬영 류호준]
▲ 행락객으로 북적이는 설악산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설악동이 하루빨리 옛 모습을 찾았으면 합니다."

최근 찾은 강원 속초시 설악동에서는 쌍천 위에 놓인 설악향기로를 걷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관광객도 있었고, 연인끼리 사진을 찍거나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이들도 있었다.

한때 관광객들로 붐볐던 설악동에 오랜만에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65)씨는 예전 설악동을 떠올렸다.

김씨는 "예전에는 설악산에 놀러 왔다가 설악동에서 하루를 묵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식당이나 상점마다 손님이 몰리면서 거리 전체가 북적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학창 시절을 보낸 1970∼80년대 설악동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였다.

설악산을 찾은 관광객 상당수가 설악동에서 숙박했고 식당과 상점도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외여행이 대중화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분산됐고 수학여행 등 단체 관광객도 줄었다.

설악산국립공원 인근의 각종 규제와 시설 노후화까지 겹치면서 관광객이 머무는 시간도 짧아졌다.

숙박시설과 상가에는 빈 곳이 늘었고 예전처럼 거리를 오가는 관광객도 보기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조금씩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

2024년 7월 문을 연 설악향기로가 대표적이다.

속초시는 설악동 일대에 길이 765m의 스카이워크와 98m 길이의 출렁다리 등을 만들었다.

전체 길이는 863m로, 쌍천을 따라 걸으며 설악산과 계곡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용객도 늘고 있다.

설악향기로 이용객은 2024년 19만8천838명에서 지난해 26만7천43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7만5천616명이 찾았다.

개통 이후 누적 이용객은 64만1천886명이다.

설악동 상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예전에는 설악동에서 숙박하는 분들이 주변에 구경할 곳을 물으면 속초 엑스포나 시내로 나가라고 안내했다"며 "지금은 설악향기로가 생겨 한번 걸어보시라고 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설악향기로를 다녀온 분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걷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주변 상가도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악동에서는 산책로 외에도 다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문을 닫아두었던 폐리조트가 전시장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움아트스페이스와 오브오브젝트는 오는 11월 13일까지 설악동의 한 폐리조트에서 야간 전시 '밤에 나타나는 것, 그것은 나타나는 밤'을 연다.

전시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관람객은 해가 진 뒤 건물 밖에서 폐리조트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바라본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복도와 객실 곳곳에 설치된 작품을 둘러보는 방식이다.

과거 수학 여행객 등이 묵었던 숙박시설이 전시장으로 쓰이는 셈이다.

객실과 복도, 벽면 등 낡은 건물의 모습도 전시의 일부가 된다.

옛 홍삼 체험관에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시는 이 시설을 활용해 '설악산 문화시설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건축물 외부 새 단장을 마쳤으며 현재 내부 공간 조성을 위한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공사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까지 내부 조성을 마치고 하반기 문을 열 계획이다.

엄 회장은 복합문화센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문화센터가 내년에 완공되면 상인들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설악향기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문화시설까지 들어서면 설악동이 다시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설악동 주변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시는 올해 설악동 B 지구 유휴부지에 쉼터를 만들었고,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은 반딧불 조명도 205m 구간에 추가로 설치했다.

낮에는 설악산과 쌍천을 보고, 밤에는 조명과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관광 요소를 늘리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의 설악동이 돌아온 것은 아니다.

설악향기로를 찾는 관광객이 늘었지만, 주변 상가와 숙박업소 전체가 과거처럼 붐비는 수준은 아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건물도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다만 한동안 조용했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생겼고, 문을 닫았던 시설을 전시장이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시는 설악향기로를 중심으로 관광환경을 계속 정비하고 문화·관광 콘텐츠를 늘려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설악동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과거와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설악동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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