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다낭·호이안, 낮과 밤의 즐거움

이동경

| 2026-05-13 07:00:07

▲ 바나힐의 골든브릿지[사진/이동경 기자]
▲ 프랑스 마을 전경[사진/이동경 기자]
▲ 호이안 투본강의 야경[사진/이동경 기자]
▲ 호이안 올드타운 거리[사진/이동경 기자]
▲ 다낭 현지인들이 내세운 한국 간판[사진/이동경 기자]
▲ 다낭 한시장 신발가게에 몰린 관광객[사진/이동경 기자]
▲ 핑크성당[사진/이동경 기자]
▲ 드래곤브릿지[사진/이동경 기자]
▲ 다낭 피클볼클럽에서 피클볼을 즐기는 베트남 젊은이[사진/이동경 기자]
▲ 분짜 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종업원[사진/이동경 기자]
▲ 까오러우, 반미, 분짜, 반쎄오(왼쪽위부터 시계방향)[사진/이동경 기자]
▲ 베트남 항공기[사진/베트남항공 제공]
▲ 배트남 항공 비즈니스석의 기내식 [사진/이동경 기자]
▲ 프린스호텔 외관 [사진/이동경 기자]
▲ 프린스 호텔의 인피니티풀 [사진/이동경 기자]

[여행Honey] 다낭·호이안, 낮과 밤의 즐거움

(다낭=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비행시간 적당하고 현지 음식값이나 숙박료, 쇼핑 등 가성비 모두 좋고 볼거리도 적절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행지 조건이 있을까. 다낭이 그렇다.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된 이유다. 숱한 한국식 간판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밤이 예쁜 호이안과 패키지로 가면 낮과 밤의 만족감이 더욱 커진다.

◇ 식민 시절의 유산, 바나힐

바나힐은 베트남 남부 휴양도시인 다낭시 호아방현에 있는 테마파크형 리조트다. 시내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35km 떨어져 있다. 해발 1천480m에 있어 무덥고 습한 다낭의 평균 기온보다 5∼8도 정도 낮다. 다낭 시내에서 투어버스로 1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2013년 세계 최장으로 조성된 길이 5천800m의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에 도착한다. 까마득한 밑을 보면 설레고도 무서운 기분이 교차한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듯한 젊은 커플이 서로 부둥켜안는다. 상·하행 라인이 달라 산 중턱이 오가는 케이블카로 가득하다.

꼭대기까지는 무려 20분이 걸린다. 정상에는 작은 유럽을 옮긴 듯한 프랑스 마을이 조성돼 있다. 승강장에서 내려 가장 먼저 가는 곳은 바나힐의 상징인 골든브릿지다. 프랑스 마을과 사랑의 정원을 잇는 길이 150m의 다리로, 2018년 조성됐다. 거대한 양손이 다리를 받치고 있는 외형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다낭 관광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골든브릿지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다리가 북적인다. "여기서 찍자". 한국인 관광객의 말소리가 시끌벅적하다. 10명 중 5명은 한국인일듯하다. 거대한 손을 만지면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다. 우기인 9~12월에는 안개가 잦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골든브릿지에서 사진을 마음껏 찍었다면, 프랑스 마을 북쪽에 템플이 조성된 곳으로 올라가 보자. 바나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 역시 빼먹지 말아야 할 사진 포인트다. 불교 사원 단지 안에는 웃는 부처님 조각상도 있다. 서구적인 풍경 속에 베트남의 전통 불교문화가 가미됐다.

바나힐은 베트남을 지배하던 프랑스가 무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해 1919년 시원한 곳에 휴양지를 만들 목적으로 조성했다. 1950년대 프랑스가 물러간 뒤 폐장됐다가 베트남의 대기업이 1990년대 말 재개장했다. '바나'라는 소수민족이 살았던 곳이어서 바나힐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 호이안, 밤에 피는 '덴롱'의 세계

바나힐과 호이안을 묶어 1일 버스투어를 하면, 저물녘에 맞춰 호이안으로 향하게 된다. 바나힐에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호이안은 19세기 동서 무역의 중심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중요 무역항이었기 때문에 건축 양식 등에서 일본과 중국, 베트남의 문화가 공존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호이안은 밤의 도시다.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을 사이에 두고 올드타운과 야시장이 땅거미가 지면서 화려한 변신을 한다. 현지어로 '덴롱'이라고 하는 등불 수천개가 올드타운 거리와 야시장, 투본강 배 위에서 영롱한 빛을 발한다.

형형색색 덴롱이 화사하게 수놓은 올드타운 거리를 1시간여 동안 천천히 보면서 거니는 맛이 호이안 관광의 핵심이다. 이어 투본강의 사공들이 노를 젓는 무동력 보트를 타는 '낭만 액티비티'를 경험해 보라.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소원을 비는 소원초를 강물에 띄워보자. 사공은 20분간 유유자적 노를 젓다가 야시장 선착장으로 데려다준다. 야시장은 시끌벅적한 가라오케 소리도 들리고, 한국마트나 한국 김밥을 파는 식당도 있다. 물건을 사려면 일단 무조건 '반값'을 부르면서 흥정하는 것이 좋다.

호이안에 가기 전에는 야경 사진을 찍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밤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잘만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 한국 밈(meme)의 도시, 다낭

다낭에 도착해 세계 6대 해변에 속하는 미케비치 인근 호텔에 여정을 풀었다면, 해변에 나가보자. 미케비치는 그 길이가 20km에 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은 아침 일찍부터 수영을 즐기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꽤 있다. 미케비치는 바다 색깔은 평범하지만, 일출이 아름답다.

산책을 마쳤다면 한국인 관광객이 반드시 들른다는 재래시장인 한(Han)시장 구경을 권하고 싶다. "오빠, 이거 두 개에 만 원이야". 시장 입구부터 상인들의 한국인 호객 행위가 시작된다.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2층 크록스 신발매장이다. 흥정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남자 신발 한 켤레에 1만원 남짓이다.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빽가방', '경기도 다낭시 스타필드','명륜진사가방', '사람 빼고 전부 가짜'….시내 관광특구의 현지인 가게의 쇼윈도나 간판등에 다소 황당(?)한 글들이 나붙어있다.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봤지만, 다낭에 도착해 은근히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다낭을 한국의 광역시로 표현하거나, 한국의 유명 쇼핑몰 이름이 가게 간판에 등장한다. 짝퉁 가방가게는 한국의 유명 커피체인점 또는 고기 뷔페 프랜차이즈 이름을 도용(?)해 상호에 섞는다

한국의 밈(meme)을 이용한 현지인들의 역마케팅이다. 밈은 여러 문화를 모방하거나 패러디해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일컫는다. 교민도 아닌 현지인이 저런 간판을 붙이는 이유는 고객의 대부분인 한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한시장 인근에는 외벽 전체가 파스텔톤의 분홍빛으로 칠해진 '핑크성당'이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 선교사들이 건축한 성당이다. 지붕 위에 수탉 모양의 풍향계가 있어 현지인들은 '수탉 성당'이라고도 한다. 관광객들이 빼먹지 않는 인증샷 포인트다.

다낭 시내 중심을 흐르는 강 이름은 한강(Han River)이다. 한강에 있는 다리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드래곤 브릿지(용다리)다. 다리 전체가 거대한 황금색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금요일을 포함해 주말과 휴일 밤에는 용이 불꽃과 물을 뿜어내는 쇼가 벌어진다. 다리 옆에 있는 다낭 최대의 야시장에서 해물 바비큐를 먹으면서 구경할 만하다.

피클볼이라는 스포츠를 알고 있다면, 다낭 시내 곳곳에 마련된 피클볼 전용코트에서 현지인들과 오픈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더운 낮은 피해서 오후 5시 이후 클럽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베트남은 피클볼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다. 다낭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올해 피클볼월드컵이 열릴 예정이다.

◇ 입이 즐거운 여행

"콩 라우 무이". 고수를 음식에서 빼달라는 베트남 말이다. 고수의 향이 싫어 외웠었다. 그런데 고수를 이번에 먹게 될 줄이야. 결국 현지 식당에서 한 번도 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고수를 먹게 된 건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가는 길에 접한 까오러우 덕분이다. 쌀국수보다는 쫄깃하고 우동보다는 덜 두꺼운 면에 간장 소스를 한 돼지고기를 넣고, 바삭한 쌀 크래커와 허브, 고수가 육수에 어우러진 비빔면이다.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향긋하다. 까오러우는 호이안 우물물로 만들어야 정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 정체성이 강하다.

다낭 시내에 하노이 음식인 분짜를 잘하는 현지인 식당을 찾았다. 종업원이 숯불에 적쇠를 올리고 고기를 열심히 굽는다. 닭고기꼬치를 굽는 한국 식당의 풍경과 흡사하다. 숯불 향이 강하게 밴 삼겹살과 다진고기 완자가 느억맘(생선 발효) 소스에 담겨 나온다. 접시에 따로 나오는 쌀국수 면을 집고 소스에 담갔다가 고수 등 채소랑 같이 먹는다. 새콤하고 달콤하기 그지없다.

반미는 식민지 시절 들어온 바게트(프랑스 빵)와 베트남 식재료가 결합한 음식이다. 반쯤 자른 바게트 안에 육즙이 흐르는 숯불 돼지고기와 절인 당근, 무 등 채소, 느억맘이 구성 재료다. 쌀국수를 함께 먹으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반쎄오는 이른바 베트남식 부침개다. 쌀가루 반죽에 강황 가루를 섞어 새우와 돼지고기, 숙주를 넣어 만든다. 쌀로 만든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상추나 깻잎 등 채소를 말아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담백한 맛이 감돈다.

다낭과 호이안 등 베트남 중부의 대표 음식이 미꽝이다. 강황을 넣어 노란 쌀국수 면에 진한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새우, 돼지고기, 땅콩, 숙주, 튀긴 쌀과자 등을 올렸다. 육수의 감칠맛에 고소한 땅콩 맛까지 느낄 수 있다.

후식으로는 코코넛 크림과 연유를 섞은 다낭식 커피를 한 잔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자.

◇ 기내 만족감이 여행의 시작

베트남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에서 다낭까지 약 4시간 30분이 걸렸다.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는 공간으로 기내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마일리지를 활용해 업그레이드한 비즈니스석에서 시간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오전 11시. 인천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변형한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무릎을 꿇고 메뉴를 열심히 받아적는다.

훈제 송어에 사과 타르트, 무화과잼을 바른 프로슈토(햄) 등이 전채로 나온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적절한 허기가 전채의 맛을 더해준다.

또 다른 전채 요리로 홀스래디시(겨자무) 크림을 곁들인 오리 훈제 요리가 나왔다. 목넘김이 알싸하고 부드럽다.메인으로 크림소스를 곁들인 마늘 돼지고기구이와 어린 감자를 선택했다. 고기를 써는 소리가 눈가리개를 하고 잠을 청하는 앞자리 승객에게 방해될까 봐 조심스럽게 나이프를 다루며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이어 바싹한 마늘빵과 통밀빵을 맛보고, 디저트는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다낭까지 2천700km를 날아가는 동안 3분의 1의 시간은 푸짐한 기내식 덕택에 입이 즐거웠다.

베트남항공은 대한항공과 같은 스카이팀에 속해 있으므로 마일리지를 연계해 적립할 수 있다.

◇ 호텔의 안락감, 휴식형 여행의 정수

다낭의 숙박 요금은 가성비가 훌륭한 편이다. 한국에서 30만∼40만원대인 글로벌체인 호텔을 10만원대 초반에 예약할 수도 있다. 편하게 자고, 편의시설을 충분히 즐기는 휴식형 여행의 만족도는 호텔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성급인 프린스호텔다낭은 미케비치 한 가운데에 있다. 슬리퍼를 신고 5분도 채 안 걸려 해변에 닿는다. 수영 구역도 호텔 바로 앞에 있다. 주변에는 싱싱한 해산물 식당이 즐비하다. 한국 간판에 한국 메뉴판이 배치돼있다. 저녁 식사 후 다양한 이벤트 무대가 펼쳐지는 해변가를 거닐면 제격이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서 수영을 즐기는 호텔의 인피티니풀은 힐링 그 자체다. 뜨끈한 습식, 건식 사우나도 있어 수영 후 몸을 데우는 데는 그만이다.

프린스호텔의 조식 뷔페는 아주 푸짐한 편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입맛에 잘 맞는다는 후기도 많다. 이른 아침부터 유럽과 한국 관광객들이 식당에 붐빈다.

더워서 외출하기 귀찮다면 객실에서 '인 룸 다이닝'도 경험해보자. 바닷가재, 새우, 굴 등 각종 해산물 모듬 접시가 78만동, 우리 돈으로 4만원 남짓한 수준이다.

이른 아침 오션뷰 객실에서 미케비치 일출을 감상하는 것은 특별한 낭만으로 남을듯하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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