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표, 교목, 교화도 바꾼다…제주 학교 일제 잔재 없애기

"구성원 의견수렴·토론 거치며 민주시민 교육에도 도움"

전지혜

| 2022-03-01 07:03:01

▲ 위미중 교표와 교목 [위미중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교표, 교목, 교화도 바꾼다…제주 학교 일제 잔재 없애기

"구성원 의견수렴·토론 거치며 민주시민 교육에도 도움"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위미중학교는 지난해 교표와 교훈, 교목을 변경했다.

교표의 경우 기존에는 일제 잔재로 분류되는 월계수 잎 문양이 쓰였었는데, 바뀐 교표는 위미리 하면 떠오르는 동백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교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학생 작품을 토대로 동문인 디자이너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교목도 일제 잔재로 분류되는 가이즈카 향나무여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자 설문조사를 거쳐 동백나무로 바꾸기로 했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역사로 한두 그루는 남겨두자'는 의견에 따라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했으며, 대신 새로운 교목인 동백나무를 심었다.

'성실, 협동, 봉사'이던 교훈 역시 학생 공모를 통해 '미래의 내 꿈을 펼쳐라!'로 변경했다.

추진은 모두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과 설문조사를 거쳐 이뤄졌다.

김태우 위미중 교장은 "학교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작게는 학교의 정체성, 크게는 미래에 대한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며 "갈등 없이 의견이 잘 모여서 원활히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도 내 각급 학교들이 교내 곳곳의 일제 잔재를 하나둘 지우고 있다.

1일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 현장의 일제 식민 잔재 청산 현황을 보면 13개 학교가 교목을 가이즈카 향나무에서 우리나라 고유 수종 등으로 교체했다.

교목을 변경하는 대신 가이즈카 향나무에 대한 설명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한 학교도 13곳 있다.

일제 잔재로 지적되는 영산홍 등의 교화를 다른 종으로 교체한 곳도 2곳 있다.

교표·교기를 변경한 학교도 13곳에 이른다. 대부분 욱일기나 월계수 잎 문양 등 일제 잔재로 분류되는 문양이 포함됐던 곳들이다.

2곳은 교가, 4곳은 교훈을 각각 변경했다.

석물을 이동·철거하거나 안내판을 설치한 곳이 7곳이며, 2곳은 구령대를 학생 쉼터나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했다.

학교마다 구성원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다 보니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지만, 공론화 과정 역시 교육의 일환이 됐다.

또한 일제 잔재를 없애는 과정에서 구시대적인 학교 문화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한림여중은 1964년 개교 이후 쭉 사용해온 교훈인 '순결'을 지난해 '긍정적인 마음, 창의적인 생각, 적극적인 행동'으로 바꿨다. 학생자치회 주도로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쳐 시대 변화에 맞는 문구로 변경했다.

홍일심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학교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느라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이 민주시민 교육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2020년 12월 일제강점기 식민 잔재 청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자 이를 각 학교에 안내해 학교별로 친일 반민족 행위자, 교가, 교표, 교목·교화, 교훈, 석물, 학교문화 등의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필요한 경우 예산 지원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9개 학교(초 18, 중 5, 고 6)에 예산 지원이 이뤄졌고 올해도 학교 신청을 받아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제강점기 식민 잔재 청산 연구용역 결과 도내 학교에서도 여러 일제 잔재가 발견됐다.

용역 조사 결과 교표에 월계수 잎 문양이 들어간 학교가 34곳, 교표가 욱일기 문양과 비슷해 보이는 학교는 6곳이었다.

교가의 경우 친일 인사가 작곡 또는 작사한 곳이 2곳 있었다.

교목·교화 중 식민 통치의 잔재라고 판단되는 가이즈카 향나무가 교목인 학교는 35곳에 달했고, 영산홍이 교화인 학교도 8곳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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