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2-12-26 06:55:00
1천500년 역사 속 사명대사와도 인연…'고성 건봉사지' 사적된다
'보류' 이후 4년 만에 가결…"삼국시대부터 존속·불교 미술사 연구에도 표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신라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나 한국전쟁 당시 불타 옛터만 남은 강원 고성 건봉사(乾鳳寺) 절터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된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사적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원도 기념물인 '고성 건봉사지(乾鳳寺址)'의 사적 지정 검토 안건을 원안 가결했다.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에 자리한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인 520년에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원각사'(圓覺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학계에서는 이 절이 '만일염불'(萬日念佛)의 발상지이자 중심 도량으로 기능했으리라 본다.
경덕왕 때인 758년에는 절을 중건하고 염불만일회를 열었다고 전하는데, 이는 염불 수행을 목적으로 살아서는 편안한 생활을 하고 죽어서는 극락왕생할 것을 기원하는 법회를 뜻한다.
절의 서쪽에 봉황새 모양의 돌이 있어 '서봉사'(西鳳寺), '건봉사'(乾鳳寺)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던 이 절은 조선 세조 대에는 왕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세우거나 육성한 불교 사찰을 뜻하는 원당(願堂)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사적 지정 여부를 검토한 문화재위원들은 보고서를 통해 "세조는 1465년 건봉사에 행차해 닷새 동안 머물렀는데, 이때 자신의 원당으로 정하고 어실각(御室閣)을 짓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건봉사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 유정(惟政·1544∼1610)과의 인연으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는 이곳에서 승병을 모집해 훈련했으며, 1605년에는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부처님의 치아와 사리 등을 되찾아 와 이곳에 봉안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한때 규모가 3천 칸이 넘기도 했던 건봉사는 한국전쟁 때 대부분 소실됐다.
전쟁 이후에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들어가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지만, 1989년 출입 통제선이 완화되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사찰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고성 건봉사지는 앞서 사적 지정을 신청했다가 2018년 보류된 바 있다.
이에 고성군 등은 지난해 건봉사의 역사·고고학적 성격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여는 등 추가 발굴조사 결과와 복원 현황을 토대로 자료를 보완했다.
군은 "건봉사지는 여러 문헌을 바탕으로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사찰"이라며 "만일염불의 발상지이자 중심 도량으로 전통 신앙적 요소와 함께 불교 미술사 연구에 표본이 되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적 지정은 추후 문화재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