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
| 2022-01-17 06:56:00
'길냥이' 주민 갈등 그만…"공존하기 위해 급식소 지켜요"
동물자유연대 사업, 중성화수술 원활 효과도…"주민들과 캣맘 소통"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민정이 어딨지? 쟤는 민정이 새끼 고양인데."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보건소 앞에서 만난 박성애 씨는 공사가 한창인 종합행정타운 현장 한 쪽에 있는 고양이 급식소에 눈과 비를 막아주는 보호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급식소에 둔 물이 자주 얼어 캣맘과 대디들의 손길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동작구에서 캣맘으로 활동해온 박씨는 지난해 1월 서울시에 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제안했고, 승인을 받아 동물자유연대·포스코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씨는 "주민 투표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며 "남들 모르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보건소 앞에 있는 이 급식소는 지난달 말 설치돼 현재 인근에 거주하는 7명의 캣맘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유지·관리 중이다.
사실 '도둑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며 일부 주민들의 항의를 듣거나 불법 점유물 신고를 당하는 것도 다반사이지만, 박씨는 오히려 급식소가 있어야만 주민들의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씨는 "급식소가 있어야 고양이들을 더 쉽게 포획해 중성화(TNR) 수술을 할 수 있다"며 "인간과 고양이가 공존하려면 개체 수 조절과 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인근에 사는 '민정이'도 앞서 여러 번 포획에 실패했지만, 급식소를 설치한 뒤에는 쉽게 붙잡아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급식소를 만든 후 길고양이 급식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역시 확연히 좋아졌다고 한다.
박씨는 "보건소라는 공적인 기관 앞에 있고 보건소 동물보호팀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보니 불만을 느끼던 시민들이 많이 줄었다"며 "지금은 앞에 가게를 하시는 분들과 보건소 직원분들도 함께 관리에 힘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도 지난달 말 동물자유연대 측이 제공한 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됐다.
그간 개별적으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아파트관리소 측이 해결책으로 급식소 설치를 추진했다.
아파트 관리소장 A씨는 "주민 중 일부가 개별적으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다 보니 제대로 뒷정리가 안 되거나 차량에 고양이 발자국이 찍히는 문제로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다"며 "정해진 구역에서 배식하니 미관도 해치지 않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천적으로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 한 발자국 양보한 셈이니 민원을 넣던 주민들도 '저 정도는 인정해주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업을 진행한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17일 "급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급식소 사업은 아직 시범 단계다. 설치 확대보다는 주민들과 캣맘·대디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쓰는 방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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