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컴백에 묻힌 결혼식·돌잔치…'발 동동' 피해 구제책 없나

광화문 20만 인파 예고에 교통마비·차질 우려…예약 취소 땐 수백만원 '위약금 폭탄'
당사자엔 천재지변 수준 불가항력…기획사·소비자보호 당국·지자체 적극대처 지적도

양수연

| 2026-02-18 06:55:01

▲ BTS로 꾸민 세종문화회관 계단…3월 컴백 앞두고 전 세계 홍보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이 오는 3월 정규 5집으로 돌아오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관련 홍보로 꾸며져 있다. 2026.1.6 mon@yna.co.kr

BTS 컴백에 묻힌 결혼식·돌잔치…'발 동동' 피해 구제책 없나

광화문 20만 인파 예고에 교통마비·차질 우려…예약 취소 땐 수백만원 '위약금 폭탄'

당사자엔 천재지변 수준 불가항력…기획사·소비자보호 당국·지자체 적극대처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이의진 기자 = "난데없이 콘서트가 잡힐지 누가 알았겠냐고요."

다음 달 21일 결혼을 앞둔 40대 예비 신랑 A씨는 울상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 소식은 전 세계 팬들에겐 축제지만, 그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A씨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방에서 하객을 태운 버스 2대가 올라오는데 대부분 어르신이다. 교통이 지옥일 텐데 인파에 갇힐 것이라 생각하면 벌써 죄송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찰 추산 20만명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BTS 공연이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는 '날벼락'이 되고 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 극심한 교통 혼잡과 소음, 안전사고 우려로 발을 동동 구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통상 예식장은 6개월에서 1년 전에 예약하지만, 이번 공연 계획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건 행사 두 달 전인 지난 1월 중순이었다.

뒤늦게 날짜를 바꾸려 해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위약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예식일 90일 전까지는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행사 30∼59일 전 구간에 들어선 지금 취소하면 총비용의 2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지난해 12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 강남 외 지역의 평균 예식 비용은 약 2천200만 원이다. 단순 계산해도 위약금만 440만 원이 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당사자에게는 사실상 '천재지변'과 마찬가지인 사태다. 개인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거나 대처가 가능한 일이 아닌 불가항력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나 기준에 이런 '초대형 이벤트' 상황까지 염두에 둔 내용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기존 잣대로 보호받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당국이나 지자체, 소속사 등의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적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을 구제하거나 도울 수 있는 조정안이나 보상책, 면책 방안을 비롯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 편의 위주의 '관(官)스러운' 대응이나 공연 주관업체의 '공급자 우선 마인드'보다 소비자·시민 입장을 생각한 선제 대응이 아쉽다는 얘기도 나온다.

돌잔치를 준비하던 부모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다음 달 광화문 인근에서 돌잔치를 예약한 이모(32)씨는 "이미 돌상과 스냅사진 비용 50만원을 입금했다"며 "갑자기 이렇게 발표해버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도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식장들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당국으로부터 공연 허가 전 언질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광화문 일대 한 예식장 관계자는 "당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예식이 꽉 차 있어 예비 신랑·신부들의 문의가 빗발치는데 우리도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업체는 서울시에 대책을 찾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 타임라인이 확정되지 않아 교통 통제 계획 협의가 늦어졌다"며 "설 연휴 이후 안전관리계획 심의가 완료되면 우회로 등을 안내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식장이나 교회 등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BTS 소속사 하이브 측은 "안전하게 행사가 진행되도록 회사 자원을 총동원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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