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
| 2026-08-17 06:30:01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뜸∼, 뜸∼" 동요 속 뜸부기, 지금은 어디서 울고 있을까?
뜸부기는 초등학교 시설 음악 시간 누구나 한 번쯤 목청껏 불렀던 익숙한 동요 '오빠 생각'에 등장했을 정도로 예전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새였다.
과거 들녘에서는 '뜸∼, 뜸∼'하는 특유의 울음소리가 흔하게 울려 퍼졌으나 농약 사용, 서식지 파괴, 개발 등으로 이제는 안타깝게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을 정도로 매우 보기 어렵게 됐다.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기자에게 봄이 되면 이른 아침 논에서 낮게 울려 퍼지던 뜸부기 울음소리는 그리움을 듬뿍 담은 잊을 수 없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었다.
뜸부기는 모내기가 끝난 늦은 봄, 논에 벼가 무성해질 무렵 찾아오는 여름 철새다.
몸길이 약 33∼39cm에 수컷은 머리 위에 붉은색 벼슬 모양의 이마판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주로 논이나 습지의 풀숲에 숨어 지내 전체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뜸부기를 10여년 전만 해도 강릉의 외곽 농촌 들녘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해뜨기 전 부지런한 농부가 벼를 살피러 나오는 이른 아침이면 논두렁에 나와 힘차게 부르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풀숲이 무성한 작은 습지를 품은 연꽃마을 들녘에서는 벼 포기 사이나 논두렁에서 들려오는 특유의 낮고 묵직한 '뜸∼, 뜸∼, 뜸∼'하는 울음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가끔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애썼던 기억도 생생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추억의 새였다.
그렇게 3∼4년 동안 봄이면 뜸부기는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후 논 곳곳에서 커다란 기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모래와 골재를 생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이를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이 쉼 없이 오가는 등 뜸부기의 서식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게다가 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널찍한 아스팔트 도로까지 생겼다.
그 뒤로 환경에 예민하기로 소문난 뜸부기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매년 봄이면 그 울음소리를 잊지 못해서 이곳을 찾지만, 7∼8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전통 한과마을로 유명한 마을의 들녘에서도 하천과 논을 오가며 보일 듯 말듯 숨바꼭질하듯 울어대던 뜸부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매우 예민해서인지 모습 전체를 드러내지 않아 순간적인 만남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짧은 만남과 소리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아련한 고향의 풍경과 어릴 적 추억이 선명하게 살아나곤 했다.
그러나 한때 논이 전부였던 들녘은 생산성이 높은 작물 재배를 위해 비닐하우스가 대거 들어서고 있고, 논을 흙으로 메워 밭으로 만드는 등 뜸부기 서식 환경이 지속해서 위협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뜸부기는 이제 농촌에서조차 보기 힘든 매우 희귀한 새가 됐다.
한 번 파괴된 서식지를 복원하고 떠나간 철새를 다시 불러들이기까지는 난개발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덧 동요 속으로만 숨어버린 뜸부기.
머지않은 미래, 강릉의 농촌 들녘마다 정겨운 '뜸∼, 뜸∼' 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져 아이들에게도 살아있는 자연으로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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