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 2021-06-16 06:30:17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건물이 기울고 목재 접합부가 헐거워졌다는 진단을 받아 2017년 5월 해체·보수 공사를 시작한 경복궁 북쪽 정자 '향원정'(香遠亭)이 올가을 정비를 마치고 공개된다.
지금도 향원정을 둘러싼 연못인 향원지(香遠池) 주변 가림막 사이로 정자와 물이 빠진 연못을 볼 수 있지만, 10월이면 공식적으로 4년에 걸친 공사가 종료돼 단장을 마친 향원정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4일 찾은 향원정은 정자 주변에 설치했던 가설 덧집을 떼어내 한층 깨끗한 모습이었다. 좁은 계단을 밟아 2층에 오르니 천장의 화려한 단청이 인상적이었다. 기둥 사이로는 인왕산과 북악산, 녹음이 울창한 경복궁 경내가 보였다.
정현정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주무관은 "향원정 보수의 공정률은 90% 수준으로, 창호 설치·단청·외부 기단 정비 작업 정도가 남았다"고 말했다.
◇ 동그란 섬에 지은 육각 이층 정자…1층에는 도넛형 온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향원정은 사각형 연못 안에 조성한 동그란 섬에 지은 육각 이층 정자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정자 명칭인 '향원'(香遠)은 중국 학자 주돈이(1017∼1073)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따온 말로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이다.
정자는 조선 제26대 임금 고종(재위 1863∼1907)이 1867∼1873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향원정 북쪽에는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간섭에서 벗어나 직접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지은 건청궁(乾淸宮)이 있다.
조선 세조 2년인 1456년 향원정이 있는 경복궁 후원에 정자 '취로정'(翠露亭)을 세우고 연꽃을 심었다는 기록이 전하나, 향원정 전신이 취로정이라는 견해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립문화재연구소 남호현 학예연구사와 김태민 실무관은 2018년 학술지 '문화재'에 발표한 논문에서 "향원정이 있는 섬의 토층을 조사한 결과 섬은 1700년 이후의 어느 시점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임진왜란과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등으로 미뤄보면 섬은 고종 대 경복궁을 중건하는 과정이나 중건 이후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향원정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특이한 점은 1층에는 도넛형 온돌이 있고, 2층 바닥은 난방 시설이 없는 마루라는 점이다. 온돌은 보통 밭고랑이나 부챗살 모양으로 고래(구들 밑으로 난 연기가 통하는 길)를 설치하는데, 향원정은 가장자리를 따라 고래를 뒀다. 따라서 난방도 바깥쪽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불을 때는 아궁이는 있으나,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이 없는 점도 향원정 건축의 흥미로운 사실이다.
정 주무관은 "난방을 하면 연못 위에 연기가 퍼져 '구름 위의 정자' 같은 풍경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며 "향원정은 건축 기록인 영건일기가 없어 정확한 건축 시기와 건축 기법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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