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루는 이유? 과거 직면하지 않으면 현재를 억누르게 돼"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 日 제국주의 다룬 작업 등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황희경

| 2024-06-04 07:35:00

▲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3 mjkang@yna.co.kr
▲ 호추니엔 설치 작품 '호텔 아포리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호텔 아포리아'를 관람하고 있다.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시아 근대성, 역사, 정체성을 탐구한 호추니엔의 작업을 선보인다. 2024.6.3 mjkang@yna.co.kr
▲ '호텔 아포리아' 속 지워진 얼굴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4일 시작한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에서 소개되는 '호텔 아포리아'의 전시 모습. 영상 속 인물들은 얼굴이 지워진 채 등장한다. 2024.6.4. zitrone@yna.co.kr
▲ 호 추 니엔의 '시간의 T'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4일 시작한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에서 소개되는 '시간(타임)의 T'(T for Time)의 한 장면. 2024.6.4. zitrone@yna.co.kr
▲ 비판적 시각 연구자 호추니엔 전시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시아 근대성, 역사, 정체성을 탐구한 호추니엔의 작업을 선보인다. 2024.6.3 mjkang@yna.co.kr

"역사 다루는 이유? 과거 직면하지 않으면 현재를 억누르게 돼"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 日 제국주의 다룬 작업 등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상과 설치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근대성을 탐구해 온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48)의 개인전이 4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시작한다.

호 추 니엔은 단체전과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3개 층에서 진행되는 전시 중 2019년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 커미션(주문제작) 작품인 '호텔 아포리아'가 눈에 띈다. 일본의 제국주의를 다룬 작품 3점 중 하나로, 일본 제국주의가 내세웠던 아시아성을 비판적인 시선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당시 일본 큐레이터는 호 추 니엔에게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일본 전통 료칸인 기라쿠테이에서 전시할 것을 제안했다. 기라쿠테이가 단순한 료칸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가미카제 부대가 오키나와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연회를 했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작가는 이곳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다루는 작업을 보여주기로 했다.

'호텔 아포리아'는 '파도', '바람' 등 소제목으로 구성된 6채널 영상 작업과 바람을 일으키는 거대한 팬으로 구성됐다.

바람이 부는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마치 료칸의 다다미방처럼 꾸며진 각 공간에서 상영되는 것은 2차대전 당시 선전 영화 제작 등을 위해 징집됐던 유명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1949년작 '만춘'과 '후쿠짱' 만화로 유명한 요코야마 류이치가 1944년 만든 선전 만화 영화, 기록 영화 등을 작가가 선택해 편집한 영상이다.

전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역사 문제를 작업에서 다루는 이유에 대해 "역사는 우리의 지금,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에 해소되지 않은 트라우마, 과거의 유령과 같은 것들을 직면하지 않으면 다양한 형태로 현재에 돌아와 우리를 억누르게 된다"고 말했다.

영상 속 인물은 얼굴이 지워진 채 등장한다. 작가는 "지워진 얼굴은 아무도 아니면서, 그와 동시에 모두가 될 수 있다"면서 "어쩌면 우리 자신을 거기에 투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존재들을 과거에서 데리고 와 현재에 있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3층에서는 '시간'을 주제로 한 영상 설치 신작인 '시간(타임)의 티'(T for Time)와 '타임피스'(Timepieces)가 전시된다. '시간의 티'에서는 시간과 관련된 42개 챕터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타임 피스'에서는 '시간(타임)의 티'를 구성하는 각 챕터의 이야기를 응축한 이미지들을 43개 모니터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최근 시간을 주제로 한 작업에도 일본 제국주의 소재 작업이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4년간 제국주의라는 아주 역사적으로 어두운 시기를 다루고 나서 삶의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연구하면서 시간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일본이 동남아시아의 시간대를 도쿄의 시간대에 맞추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시간에 흥미를 갖게 됐고 시간이 제국주의의 도구로서도 사용됐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런 점에서 두 작업이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좀 더 다른 것을 다뤄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기도 하고요."

지하 아트홀에서는 작가가 2011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싱가포르관에서 선보였던 '미지의 구름'과 함께 '뉴턴', '굴드', '지구' 등 3편 영상이 순차적으로 상영된다. '미지의 구름'은 싱가포르의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주택 단지에서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 8명에 관한 이야기다. 전시는 8월4일까지. 유료 관람.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