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4-19 06:10:01
한국 최고가 김환기의 '우주' 직접 본다…韓 현대회화 거장전
김환기·이우환·박서보·하종현·이성자 등 거장 14인 작품 전시
대표작으로 읽는 광복 이후 현대회화 흐름…한국 회화 성취 한눈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예술 작품의 가치를 설명할 때 작품의 가격을 들이미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보다 직관적이고 명확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김환기(1913∼1974)의 '우주'(05-IV-71 #200)는 한국 현대 미술품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작품이다. 2019년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약 132억원(수수료 포함 153억원)에 낙찰됐다.
이 한국 최고가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 '한국현대회화 하이라이트: 모더니즘과 도전'이 오는 21일부터 서울 대치동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한국 현대회화 거장 14인의 대표작 2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김환기의 우주다.
김환기는 1963년 제7회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뒤 미국의 추상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서울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모두 내려놓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김환기는 뉴욕에서 이전과 전혀 다른 화풍을 만들었고, '점화'(點畵)로 불리는 독자적 추상 회화를 완성했다.
1971년 작 우주는 가로 127㎝, 세로 254㎝ 크기의 캔버스 두 폭을 나란히 붙여 그린 것으로, 김환기의 전면점화 작품 중 가장 크다.
김환기가 고향 전남 신안의 밤하늘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이다. 화면에 방사형으로 확산하는 무수한 점들은 우주로 팽창하는 듯한 무한한 공간감을 준다. '환기 블루'라 불리는 에메랄드빛 색감이 펼쳐져 김환기 예술세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본래 두 폭을 세로로 걸어 정사각형 형태가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처음 소장했던 김환기의 친구 김마태 박사는 자택에 이를 가로로 길게 걸어두었다. 세로로 걸기에는 집의 층고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최초 소장자처럼 작품을 가로로 길게 걸어 신안의 밤하늘이 펼쳐진 것 같은 감상을 얻을 수 있다.
이 작품의 현 소유자는 김웅기 글로벌세아 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2019년 이 작품이 홍콩 경매에 출품된다는 소식을 듣고 입찰에 나섰다. 해외로 팔릴 경우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경매에서는 다른 수집가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결국 시작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김 회장이 낙찰받았다.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이우환의 '바람' 연작이 절정을 이루던 1986년에 만들어졌다. 이우환의 예술 역사에서 가장 자유로운 표현을 보여주던 시기의 작품이다.
300호에 달하는 압도적 크기의 화면에 역동적인 운필을 가득 채웠다. 한국 현대회화의 추상적 사유와 조형적 성취가 얼마나 깊은지를 증명한다.
1970년대 작품인 '점으로부터'와 1980년대 작품 '선으로부터', 2010년대 작업인 '다이얼로그'도 전시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우환의 작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화면에 연필이나 막대기로 수행하듯 여러 번 선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박서보의 '묘법', 마대를 잘라 캔버스로 만들고 뒷면에 물감을 짠 뒤 밀대로 짓이겨 앞면으로 밀어내는 하종현의 '접합', 캔버스에 고령토와 물감, 접착제를 섞어 바른 뒤 마르면 떼어냈다가 그 자리를 물감으로 메우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정상화의 '격자 추상', 물방울로 화면을 채우는 김창열의 '물방울' 등 수행적 작업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단색화를 알린 거장들의 대표 연작들도 전시된다.
이 밖에도 권옥연, 김기창, 김종학, 류경채, 박고석, 박래현, 윤중식, 이성자 등의 작품들을 통해 광복 이후 한국 현대회화가 어떤 역사적 조건 속에서 태동하고 진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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