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9-24 06:01:01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가을을 맞아 서울은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서 놓치기 아까운 다양한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부터 동시대 작가, 국제 비엔날레까지 다양한 전시가 이어진다. 귀성길에 지역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를 둘러보거나 서울에서 가족·친지와 함께 전시장을 찾기에 좋은 때다.
◇ 서도호·유영국·바젤리츠…서울엔 국내외 거장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서도호'가 열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관람 열기를 잇는 하반기 최대 흥행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작가가 살았던 한옥을 닥종이로 감싸고 흑연으로 문질러 탁본하듯 떠낸 뒤 실물 크기로 재현한 작품부터 초기작과 최근 프로젝트까지 30여 년의 작업을 아우른다.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 공간과 기억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이대원(1921∼2005)의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가, 바로 인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 유영국(1916∼2002)의 '산은 내 안에 있다'가 열리고 있다. 두 전시 모두 대규모 회고전이다.
이대원이 전통 자수의 색실과 나전칠기의 자개, 전통 회화의 점과 선으로 밝고 경쾌한 풍경을 그렸다면 유영국은 산과 바다, 태양 등 자연의 인상을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면으로 풀어냈다. 구상과 추상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20세기 한국 미술을 이끈 두 거장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세화미술관은 지난 4월 별세한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의 작품을 선보인다. 초기작부터 형상을 거꾸로 그리는 대표 회화들, 과거 작업을 다시 해석한 '리믹스' 연작, 말년의 '골드 페인팅' 등 46점을 통해 60여 년 작업 세계를 돌아본다.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개념미술 선구자 솔 르윗(1928∼2007)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솔 르윗: 오픈 스트럭처'가 열리고 있다.
벽면에 르윗이 정한 규칙에 따라 그려지는 '월 드로잉'을 비롯해 기하학적 조각, 회화, 드로잉 등을 통해 작품의 외형보다 아이디어와 실행 규칙을 중시했던 그의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창동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의 마틴 파,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 미술관의 카우스 전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 광주·부산·제주…전국 곳곳 비엔날레
광주와 부산, 제주 등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동시대적 문제를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비엔날레가 이어지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11월 15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43명(팀)의 작가는 분자와 신체, 개인의 기억, 공동체와 도시, 우주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속도와 규모로 축적되는 변화의 시간을 살핀다.
광주·전남 시민이 기증한 쇠붙이를 악기와 소리 장치로 되살린 권병준·박찬경의 '불림', 5·18민주화운동 피해 여성들의 그림 322점을 모은 '오월어머니집' 등이 눈길을 끈다.
본전시와 함께 광주 곳곳에서는 국내외 기관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전시도 열린다.
부산비엔날레는 '불협하는 합창'을 주제로 차이와 긴장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방식, 공명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23개국 47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음악과 라이브 퍼포먼스, 클럽 문화, 공동의 리듬과 몸의 움직임 등을 활용한 작업을 펼쳐 보인다.
항구도시 부산이 지닌 이동과 교류의 기억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합창을 이루는 방식에 주목한 자리다.
제주비엔날레는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을 주제로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제주국제평화센터, 서귀포시 원도심 일대 등에서 진행 중이다.
유배와 이주, 신화와 돌 문화 등 제주에 켜켜이 쌓인 기억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섞이고 변화해 온 과정을 살핀다.
국내외 작가들은 회화와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제주가 외부의 문화와 사람을 받아들여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 변화시켜 온 역사를 조명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경기도자비엔날레는 '땅이 만든다'를 주제로 11월 1일까지 이천·광주·여주에서 펼쳐진다.
이천에서는 세계 현대도자의 흐름을, 광주에서는 도예 명장과 한국 도자의 흐름을, 여주에서는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생활도자를 소개한다. 흙을 직접 만지고 빚는 가족 체험 행사도 마련됐다.
◇ 대구 겸재 정선·청주 방혜자·원주 이배…비엔날레 밖 주요 전시도 주목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지역에서도 거장들의 대규모 전시가 이어진다. 귀성길에 지역 미술관을 찾는다면 고미술부터 추상회화와 조각, 동시대 설치미술까지 폭넓게 만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겸재 정선(1676∼1759) 탄생 350주년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가 12월 27일까지 열린다. 국보 '금강전도'를 비롯해 정선의 작품 84건 216점을 선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 전시다.
정선과 시인 이병연의 교유, 한양과 한강 주변 풍경을 담은 '경교명승첩' 전작과 금강산·관동 명승을 그린 '해악전신첩' 전작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한다. 상설 전시 중인 신윤복의 '미인도'도 함께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빛의 화가' 방혜자(1937∼2022) 회고전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초기 추상화부터 말년 작업까지 67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빛과 생명, 우주를 탐구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전시여서 추석 연휴가 사실상 마지막 관람 기회다.
강원 원주 뮤지엄 산에서는 '숯의 작가' 이배의 개인전 '앙 아탕당: 기다리며'를 볼 수 있다.
높이 8m의 숯 기둥 '불로부터'를 비롯해 야외 공간의 대형 조각과 회화·영상 등 39점을 선보이며 작가의 30여 년 작업을 돌아본다.
숯이라는 재료로 정화와 치유, 자연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전시다.
대전 카이스트 미술관에서는 한국 추상조각 1세대 엄태정의 개인전 '탈(脫)창조의 세계로'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철·구리·알루미늄·티타늄으로 만든 조각 36점을 통해 물성, 인간의 실존과 영성, 자아를 비우는 '탈창조'의 철학을 살핀다.
이 밖에 경주 오아르미술관의 이다 유키마사, 수원시립미술관의 패트리샤 피치니니 전시도 주목할 전시다.
각 전시장의 추석 당일 휴관 여부와 예약·입장료는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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