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만 열리면 하나가 되는 '축구 신'의 나라 아르헨

현지매체 "대표팀, 분열된 사회 이어주고 공동체 소속감 상징"
마라도나부터 메시까지…국민감정 및 인내·회복 상징 자리잡아

김선정

| 2026-07-19 05:37:52

▲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대표팀을 응원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아르헨티나 강아지들 "우리도 메시 팬"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메시와 마라도나 현수막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아르헨티나 국기로 장식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건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대표팀 골 득점에 환호하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메시의 고향 로사리오에서 휘날리는 대형 유니폼 (로사리오[아르헨티나]=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그의 등번호 10번이 적힌 거대한 아르헨티나 유니폼이 휘날리고 있다. 2026.7.19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이 나라 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거대한 축구 국가로 변한다.

경기 시작 전부터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상점은 문을 닫는다. 정치 성향과 계층, 세대를 막론하고 수백만 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을 응원한다.

경제난과 정치적 대립이 지속하는 사회에서 왜 월드컵만 되면 국민이 하나로 결집하는 것일까.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는 18일(현지시간) 최근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대표팀이 스포츠를 넘어 국가 정체성과 집단 기억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고 진단했다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CONICET)의 사회학자 옥타비오 스타키올라는 대표팀을 정치·경제적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를 이어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컵 기간 대표팀은 공유된 '우리'를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며 "축구는 아르헨티나인들이 국가 정체성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핵심 언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 대한 열정은 특정 정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과도 별개의 문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스타키올라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도 대표팀을 향해서는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며 "대표팀은 정치 제도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국가적 위기일수록 이러한 결속은 더욱 강해진다고 봤다.

"축구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기쁨과 자부심을 경험할 수 있는 집단적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이그나시오 수아레스는 대표팀을 향한 애착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는 '학습된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월드컵 이야기를 듣고, 대표팀 경기를 함께 보며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의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기억을 넘어 가족과 사회의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대표팀은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공유된 역사의 상징"이라며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무엇을 자랑스러워하고 어떤 순간을 함께 기억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와 사회적 갈등이 심할수록 이러한 심리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어 "90분 동안 수백만 명이 자신보다 더 큰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한다"며 "이러한 공유된 감정은 다른 어떤 사회적 활동보다 강한 소속감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표팀이 국민적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는 역사적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활약한 마라도나는 말비나스(포클랜드) 전쟁 이후 국민감정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메시는 대표팀 선수로서 오랜 실패와 좌절을 극복한 끝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인내와 회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타키올라는 "잉글랜드전처럼 특정 경기는 역사적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역할을 한다"며 "축구는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역사와 기억을 재확인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잇따른 역전승도 국민적 결속을 더욱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수아레스는 "한 팀이 반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경험하면 집단적 신뢰가 형성된다"며 "신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성공 경험이 축적되면서 학습되는 결과"라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월드컵과 2015·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잇따라 좌절했지만 이후 코파 아메리카와 피날리시마,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차례로 일궈내며 황금기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회복의 역사가 현재 대표팀을 향한 국민적 신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응원가 역시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다만 중요한 것은 노래 자체가 아니라 수백만 명이 같은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이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대표팀이 단순한 스포츠팀이 아니라 국가의 역사와 기억, 위기 극복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상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대표팀이 정치와 이념, 계층을 넘어 국민을 하나로 묶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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